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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꿈꾸는 세상살이 2016. 3. 6. 20:55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조선사역사연구소/ 아토북/ 2016.01.18/ 295쪽

 

 

이 책은 조선시대의 과학자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물론 위인전이나 일대기를 적은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 장영실이 발명한 제품들을 설명하고 그러한 발명품들이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장영실은 조선 초기의 과학자로 원래 노비출신이었다. 아버지는 관료출신이었고 어머니는 노비로서 장영실 역시 노비가 되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었던 장영실은 관가의 눈에 들었고, 결국은 임금인 태종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장영실의 재능을 알아본 세종이 직접 보호하며 발명의 길을 열어준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중국 유학도 보내고, 별도의 일감을 주면서 직책까지 준다. 이러한 일은 당시 신분제도상 노비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세종은 조선의 국법을 피해가는 묘책으로 일관한다.

세종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고생을 하다가 물을 측정하는 측우기와 강의 물량을 감지하는 수표를 만들어낸다. 또한 해가 뜨면 낮이고 해가 지면 밤이라는 시간개념에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주기 위하여 해시계와 물시계를 만들었다. 이밖에도 천문을 관측하는 혼천의 등 실로 일상에 혁신적인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말년에는 세종이 타는 가마를 만드는 일에 임하였으나,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가마가 부서지는 참극이 벌어져서 이를 감독하였던 장영실이 곤장을 맞고 궁에서 쫓겨난다. 이후의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장영실의 생년이나 사망년도도 알 수가 없다. 원래 노비였기에 이름도 나이도 그 출생에 관한 기록마저도 명확하지 않아 전해지지 않는 것이다. 벼슬을 하면서 면천되어 양민이 되었지만 죽을 때에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노비출신인 장영실은 어떻게 하여 그렇게 막중한 일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손재주가 있어 귀염을 받았다 하더라도 일개의 노비는 노비일뿐이었다. 이것은 당시 조선의 신분제도에 있어서 한 번 노비는 영원한 노비였기에 그렇다.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종은 그럼에도 과감히 장영실을 등용하였다. 이것을 두고 천우신조라고 할 것이다. 하늘이 돕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던 것이다. 다른 말로는 천재일우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이 천 년에야 겨우 한 번 이루어질지 어떨지 모르는 아주 귀중한 만남이라는 말이다. 조선의 발전을 위하여 장영실의 재능이 바로 천우신조였으며, 장영실이 노비에서 면천하기 위하여 세종을 만난 것은 바로 천우신조의 기회였던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우연찮게 만들어진다. 아무리 인위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지만,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이 모두 유용하게 성공한 계획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천우신조는 내가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원래부터 계획이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처럼 일이 잘 풀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장영실을 만난 조선은 세종임금 시절에 가장 안정되었고, 문물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이 없었다면 조선은 그대로 패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때도 조선과 이순신 혹은 이순신과 선조의 만남은 현 세대를 사는 대한민국 사람에게 천우신조 그 자체였다.

장영실은 처음부터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 개선하여 좋은 발명을 하였지만, 애초에 그러한 자질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좋은 발명품을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자격루와 같은 발명품 역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빨리 발명한 것으로 직지활자본 등과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자랑할 만한 물품이라 할 것이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사람들은 모두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즉 그 시대에 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빚어진 결과로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사람은 적재적소에 그리고 가장 알맞은 때에 등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이든 단체든 혹은 가정이든 국가든 말이다.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고, 사람은 그 일을 감당할 그릇이 각기 다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실망한 점이 있다. 책의 발행 연도가 2016년 1월 18일로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장영실’을 방영하기 직전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전북 남원을 전남이라고 하는 행정구역상의 잘못을 4번이나 범하였고, 오자와 탈자가 무려 38군데나 보인다. 또한 연결 접속사가 누락되어 문맥이 맞지 않는 곳도 있으며, 동음이어로 한자를 그냥 한글 자모로만 번역하여 전혀 말뜻이 짐작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러한 내용은 조선사역사연구소 직원들이 몰라서 그랬다기 보다는 또 출판사의 직원들이 교정을 볼 능력이 없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책을 내기에 너무 서둘러서 그랬다고 짐작이 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연속극이 방영되기에 앞서 발행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교정을 한 번만 더 보았더라면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며, 굳이 여러 번의 교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단 한 번의 교정으로도 잡아낼 있는 것들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를 소개하는 책에서, 이런 사소한 실수로 그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실 이 책을 보는 첫 부분에서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같은 입장의 사람으로서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개인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그야말로 한계가 있어 눈감아 줄 수 있고,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잘못도 용서하기 어려운 점은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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