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역사가 의학을 만났을 때

꿈꾸는 세상살이 2016. 5. 5. 06:45

 

 

 

역사가 의학을 만났을 때

 

황상익/ 푸른 역사/ 2015.09.30/ 276쪽

 

황상익 : 서울의대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의과대학 인문학교실의 교수로 있다. 의학과 의술의 발전 과정, 그리고 질병의 변천과 그에 대한 대응 등이 주 관심사이다. 한국과학사학회, 대한의사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장을 지냈고, 전국교수노동조합 제1대 위원장을 지냈다. 저서로』근대의료의 풍경』,『첨단의학시대에는 역사시계가 멈추는가』,『인물로 보는 의학의 역사』,『역사 속의 보건의료』,『문명과 질병』등 20여 권이 있다.

 

저자가 주장하듯 역사적으로 질병의 변천과 의사들의 역할 그리고 의술의 발달에 관한 것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의술의 역사적 변천이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내가 의학적으로 전문 지식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의학 지식과 사회상을 한꺼번에 정리하여 내놓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면서 그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처럼 의학에 상식이 없고 질병에 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일목요연한 이런 책이 반가운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이런 것처럼 잘 정리된 책이 벌써 3권이나 나왔으니 이런 의미에서는 나도 내 몫은 한 셈이다.

 

의학과 역사는 마치 딱딱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처음부터 끝장까지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덕분에 몰랐던 상식도 알게 되고 의술의 기초적 사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내가 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나처럼 저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도 이런 심정으로 책을 냈으니 아마도 그런 독자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가 서재필이라는 것은 교과서에서 배운 듯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생소하게 들렸다. 그런데, 사실 서재필은 미국인 신분으로 우리나라에 온 사람인에, 마침 독립협회에 의사 자문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나는 서재필에 대한 기존의 좋은 감정을 한층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유로는 당시 독립신문사에서 월급 150원을 받으면서, 또 독립신문의 주선으로 위생에 대한 계몽운동으로 월 300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갑신정변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일진대, 독립신문의 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거액을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그 돈을 다시 독립운동에 사용하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종합적으로는 7년간 근무시 2만 5,200원과 미국으로 갈 여비 600원을 추가로 받았다. 민간에서 국채보상운동으로 자발적으로 모금한 금액이 당시 약 20만 원이었다면 얼마나 큰 돈을 받아갔는지 짐작이 된다. 또 서재필이 독립신문에 대하여 대단히 우호적이었다는 기존의 개념은 당시 일본에 독립신문을 매각하려고 추진하다가 실패하였다는 대목에서 극치를 달린다. 조국 조선에 와서 단 한 명의 환자에게도 의술을 펼친 적이 없었던 서재필은, 가운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자문이나 계몽운동 등 말로만 내세우는 일을 했던 것이다. 돈 앞에 진정한 애국자는 없는가. 갑신정변도 돈을 벌기 위해서 그랬단 말인가.

갑신정변시 떳떳하게 참혹한 죽임을 당한 홍영식의 집은 몰수당하여 국립병원 제중원이 되었고, 온건파의 거두 김홍집의 집에는 국립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애국자는 진정 왜 이리 서럽게 살아야 하는가, 혼자 망명한 서재필이 독립신문을 잘 활용했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의사 면허증 가지고 무료 선교 봉사하러 오는 마당에 말이다. 그렇다고 굳이 서재필만 찍어서 비난할 수는 없다. 그가 불법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집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의학에 대하여 또는 질병에 대하여 대략적인 그 역사를 알 수 있고 일반인들이 알아둘만한 상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것들 > 독후감,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화로 교양하라  (0) 2016.05.27
관계의 달인   (0) 2016.05.05
행복한 출근길   (0) 2016.05.05
경영은 사람이다  (0) 2016.05.05
과잉근심  (0) 201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