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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꿈꾸는 세상살이 2016. 5. 27. 12:48

생각의 좌표

 

홍세화/ 한겨레출판/ 2009.12.15/ 244쪽

 

홍세화 :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제목의 책을 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국에 와서 느낀 점들을 적은 책이다. 보통 에세이하고 다른 점은 책의 줄거리에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상이 흐르고 있다. 예를 들면 한창 머리가 커갈 무렵의 개똥철학이 세상을 지배하듯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한겨레신문에서 나올 듯한 칼럼이며 논설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본디 저자가 한겨레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기에 책도 한겨레신문사 즉 한겨레출판사에서 펴냈다.

 

저자가 한국에서 수배자가 되어 쫓겨나듯 머문 곳이 바로 프랑스다. 거기서 아무 연고도 없이 살다보니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가장 쉬운 것이 택시 운전이었다. 저자 역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이 그랬고, 다른 직업을 갖고자 했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프랑스에서 살면서 얻은 것은 가난한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말하자면 사람에 대한 인권이 보장된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어린이 무상교육 심지어 대학까지도 무상교육이라든지, 노후는 당연하면서 젊은이도 주거권과 생활권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부 유럽의 선진국형 모델인 것이다.

 

저자가 독제에 항거하여 데모를 하다가 프랑스로 망명한 후에 다시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하였다. 그리고 느낀 점은 역시 한국은 아직 독제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역시 부자를 위한 정책이 가난한 서민을 위한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소수자 특수 집단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이 살기 어려운 나라가 한국이고 없는 사람이 살기에 힘든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다. 그런 한국에서 서민의 고혈로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순리다. 이것이 바로 춘향전에 나오는 탐관오리가 주민의 혈세를 받아 배부른 자를 살지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조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해석이다. 적당히 억압하고 적당히 통제하고 적당히 속여먹고 적당히 이용하는 그런 사회적 구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 입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하겠다고 읍소하며 표를 달라고 하는데, 막상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전혀 다른 심지어 반대의 방향으로 간다. 90%의 서민에게 표를 얻어 당선되었는데 실제는 10%의 부유층에 이로운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다시 말하기를 서민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으니 표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서민들은 이번에는 잘 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니 믿어줘 보자 하면서 밀어준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기득권층에 대한 서민들의 바람이며, 서민을 위한 정책이 펼쳐지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준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서민들이 마음이 좋고, 모두가 자기 마음 같아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하니 믿어보자는 마음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기득권층이 서민을 위할 마음이 전혀 없음을 모른다. 그들은 애초부터 서민을 위할 생각이 없었고, 다만 입으로만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행동은 그와 다르게 한다. 그것이 바로 기득권층 혹은 독재자들의 전형이다. 한국에는 이런 피가 흐르고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초대 대통령이라는 이승만부터 시작하여 근대화의 역군이라는 박정희를 비롯하여 희대의 전사정권이라는 전두환을 포함하여 전대미문의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이명박과 수첩에 적힌 대로 아니면 자신이 생각한 것 외에는 전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박근혜까지 모두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회의를 할 때 혹은 상의를 할 때는 서민이 아닌 갑부들과 의논한다. 갑부는 서민의 마음을 알지 못하며, 서민이 잘 되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서민이 잘 되면 갑부는 어떻게 되겠는가. 서민의 고혈을 짜서 갑부가 갑부노릇을 해야 하는데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지 못하게 하고 싶은 갑부가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사회적 모순 특히 대한민국에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엉뚱하게 가는 정책들을 비판한다. 분명히 다수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지만 결과는 기득권 소수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부자 증세는 소수에 해당하는 것이라 형평에 어긋나서 안 되고, 서민 즉 일반적인 국민의 증세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니 합당하여 괜찮다는 식이다. 서민이 발인 교통비는 전 국민에게 해당되니 합리적인 것이라 인상하되 부자들이 이용하는 호텔에 대해서는 지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니 편파적이라서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식이다.

그렇다. 이런 것을 보면서 어느 누구든 생각의 차이일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저자 역시 생각의 좌표라 하였다. 누구든 생각에는 자유가 있지만, 그것을 어느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좌표를 읽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내 맘에 안 들면 좌향 좌표이고, 내 맘에 들면 우향 좌표라는 말도 있다. 영남표 정권과 조중동이 만들어낸 말이다. 사실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벌어지는 모든 사안에 대하여 이렇게 빗대어 표현하였다. 물론 이것도 생각의 차이다. 어느 좌표를 읽었느냐는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좌표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하여 틀리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그런 사람들을 반대파로 몰아 부쳐 처형하고 축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리 양보해도 지금의 조중동은 편향적이다. 한때는 민족지로 국민이 마음을 대변하였다고 하던데, 사실 그것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인권을 보장받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우선 이런 편향적이 시각이 사라져야 한다. 저자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최소한의 기본권을 구사하는 것, 의식주는 해결하는 것,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사람으로서의 기본권 등을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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