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참빗
김인창/ 영암문화원/ 2016.03.03/ 129쪽
이 책은 영암문화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영암을 홍보하기 위하여 만든 책자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참빗은 현재 생산하지 않고 있다. 어쩌다 생산한다 하더라도 그냥 형식적으로 재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예전에는 주요 생산품이었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현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체 상품이 생기면서 참빗이라는 제품의 수명이 다 한 것이다. 그런 차에 영암문화원에서 영암을 회고하고 옛 영화를 재현해보자는 의미로 참빗에 대한 책자를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영암이 예전과 같은 참빗의 대명사가 되고 활성화가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명맥이라도 잇고, 전통 문화로서의 가치만 인정한다면 그것도 만족할 수준일 것이다.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나무로 만든 빗이 유행했었다. 그 중에서도 살이 촘촘히 박힌 경우 참빗이라고 하여 아녀자들의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넘기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처음에 거친 머리는 성긴 빗으로 빗고, 다음에 가늘고 촘촘한 빗으로 빗어야 고운 자태를 연출할 수 있다. 또한 두피에 바짝 붙어 있는 기생충을 떨어내는 경우에도 참빗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거기다가 두피의 각질을 벗길 때에도 참빗이 아니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참빗의 역할이요 빗과 우리 생활과의 연관성이라 할 것이다. 참빗의 살은 주로 3년생 대나무로 만들지만 가운데를 묶어두는 것은 등대라 부르며 주로 소뿔이나 소뼈를 사용한다. 많은 수의 빗살을 붙이고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양쪽 끝에 색이 들어있는 조금 넓은 빗살을 대는데 이를 가에 붙인다고 하여 갓살이라 한다. 그리고 나서 마감을 하는데 아주 넓은 빗살을 댄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빗살이 아니라 매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부재료다. 매기는 어쩌다 소뿔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소뿔은 고급 재료인 관계로 주로 등대에 사용하며, 매기는 소뼈를 사용하는 편이다. 또 가끔은 때죽나무로 대신하기도 하는데, 때죽나무 색이 마치 소뼈처럼 하얗고 단단한 것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빗으로 유명한 영암의 경우 그에 소요되는 대나무는 정작 다른 지방에서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암의 참빗이 유명한 것은 아마도 당시 장인정신에 의하여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것이다. 조선시대에 전국에서 유명한 참빗은 영암을 비롯하여 현재 죽세품으로 유명한 담양, 그리고 인근의 나주와 남원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담양의 왕대나무가 가장 유명하며 죽제품의 생산은 단연 으뜸으로 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참빗만은 영암이 더 유명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어떻게 하여 담양을 제켜두고 영암에서 참빗으로 더 유명해졌을까 하는 생각보다, 또 참빗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보다도 영암은 이렇게 하여 영암 자신을 홍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펼쳐들었다. 사실 참빗 하나를 설명하는데, 특히 대나무는 담양에서 더 많이 생산되는데 특별하게 영암을 더 내세울 게 없을 것이다. 참빗 하나를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할 이야기도 없을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정말 책의 제목인『영암 참빗』은 더 이상 설명할 것이 없어 참빗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넣어 지면을 채우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손들이 참빗에 대하여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대비하였기 때문이다. 훗날 후손들이 아! 선조들은 이런 제품을 사용한 적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재연하고 다시 상품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도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각 지방의 고유 특산품이 가장 이색적인 상품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각자의 고유 제품을 상품화시키고 계속 이어가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로는 단지 편리함과 손쉬움,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옛 것은 대부분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지금 지구촌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속한다. 자연 파괴와 환경 파괴로부터 인간을 그리고 자연을 보호하는 길은 역시 있는 그대로 보전하고 더불어 공존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자연친화적인 제품은 비록 상품화되어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역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 될 것이다.
참빗!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는 단어다. 얼마나 좋으면 얼마나 흡족하면 참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나무 중의 참 나무, 새 중의 참 새, 빗 중의 참 빗, 나리 중의 참 나리, 임금 중의 참 임금, 사람 중의 참 사람!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