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이채원/ 다산북스/ 2014.04.30/ 223쪽
이채원 : 남편의 형제간 보증 빚으로 인하여 생긴 혹독한 시련을 견디며, 해외에서 10년 넘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을 지킨 주부다. 두 아이가 유명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본인은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 모범을 보이며, 자신의 오랜 꿈인 소설가가 되는 과정을 적었다. 저서로『나의 아름다운 마라톤』,『달려라, 벽화』,『파란 도시락 가방을 든 사람』등이 있다.
저자는 잘 나가는 공무원을 남편으로 둔 가정주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형제간의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선 것이 잘못 되어 재산이 압류되는 아픔을 당했다. 그 순간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빚에 대한 두려움도 컸었지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충격이 그를 슬프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남편에 대한 배신감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미움과 증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빚 독촉이었으니 당장 거리로 나앉아야 될 형편이었다. 마침 전에 신청했던 남편의 해외연수 기회가 닥쳐 다행히 자리를 모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외국 생활은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강해져야 하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하여 철저하게 계획적이어야 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타국 생활은 나름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간 상황이었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더구나 말이 안 통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적응을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간의 세월이 어른을 틀에 박힌 테두리 속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장학생이 되면서 학비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어른들은 연수 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강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저자는 막상 아이들에 대한 학비와 과외 수업에 대한 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 컸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의외로 더 강해져서 자신들의 일을 척척 해결해나갔고, 그런 와중에 저자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음을 인식하고 함께 공부하는 입장이 바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때 장편소설을 썼고, 소설가도 등단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면, 부모들은 대체로 성공한 부모가 된다. 말하자면 훌륭한 자녀를 둔 부모로서 훌륭한 부모로 인식되는 것이다. 저자 이채원 역시 그런 부모에 속했다. 물론 그 전에 남편은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고위직 공무원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훌륭한 아내로 출발하였지만 말이다.
이때 공통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였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공교육을 강화했다고 해서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한국의 교육제도와 미국의 교육제도가 달라 한국에서 공부하다 간 아이들이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았고, 그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뒤처지지 않고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은 한 마디로 말해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공부했다는 것이다. 부모는 단지 옆에서 자신의 형편을 설명하고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시켜준 것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옆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으니 자신도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른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들도 그것을 알아듣고 스스로 공부하더라는 것 말이다. 구체적으로 그렇게 하니 다른 집에서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투자를 하여 다그치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하는 것 말이다.
모든 것은 본인 스스로 하고 싶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오랜 시간동안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으며, 결과 또한 좋게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 바라지만, 아이는 축구를 하고 싶어 하면 축구를 하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이유로는 아이가 진정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으며, 또한 아이의 재능이 축구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바라는 대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있으며, 공부에 대한 재능이 얼마나 있는지는 부모 역시 모른다. 그럼에도 부모는 자신의 판단으로 아이들을 유도한다.
세상을 오래 살아본 경험으로 좀 더 정확한 판단에 접근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곧 정답일 수는 없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만큼의 열정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여타 공부에 대한 많은 책들도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물론 교육을 주장하는 책들은 공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사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를 논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공부 역시 본인 스스로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학교에 가거나 학원에 가도 본인이 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앉아만 있다가 오는 경우가 허다함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빚의 금액은 자그마치 25억 원이었다. 말이 25억 원이지 사실은 보통 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말로만 듣던 25억 원을 돈뭉치로 쌓아놓는다거나 통장에 넣고 그 숫자를 쳐다본다면 아마도 황홀감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적립한다고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평소에 이런 금액을 벌지도 못하는데, 어쩌다 이런 금액을 빚으로 안고 살게 되었다면 그것은 곧 좌절일 것이다.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이것인 인생의 막장이고 세상의 끝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빚을 10년 만에 청산하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큰 금액을 벌 수 있었을까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개인 파산과정을 통해 빚을 탕감한 경우에 속했다. 개인이 그것도 평범한 직장인이 마련하기에 너무 큰 금액이었기에, 순리대로 벌어서 갚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금액이었기에, 그 돈을 벌기에는 죽기까지 모자랄 것이기에 개인 파산을 통한 회생을 허락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이 독후감을 읽은 사람이라면, 25억 원의 빚을 갚는 방법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다만 그 빚을 피해가는 방법으로 해방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표현에 사용된 단어가 잘못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자칫 유혹하는 문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그리고 당당히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한 아이들도 자기 몫을 충분히 그리고 월등하게 잘 해냈다. 거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각오가 한 몫 하였을 것이다. 이것을 신앙적으로는 신의 가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흔한 말로 어떤 귀신이 도와주었는지도 모르게 그것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에 속했던 것이다. 귀신은 사람보다 능력이 크고 더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신이다. 다만 그 신이 어떤 귀신보다 힘이 더 세고 약한지에 따라 귀신 대장이 있고 귀신 졸병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귀신 보다 힘이 더 센 분이 계시니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신 중의 신이요 가장 우두머리가 되시는 신이시다. 일반적으로 불교나 유교처럼 자기 수양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는 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그것은 그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유일신을 주장하는 것이며, 가장 으뜸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