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2015.05.08/ 202쪽
장강명 : 1975년 서울출생, 연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를 다니다가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하였다. 2011년 장편소설『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고,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작품으로『열광금지, 에바로드』,『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2세대 댓글부대』등이 있다. 장편으로『호모 도미난스』,『뤼미에르 피플』이 있다.
젊은 작가가 쓴 책이라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소설을 덜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사서가 추천하는 책이라는 점과 젊은 작가가 썼다는 이유 하나로 호기심을 갖게 하였던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을까하는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나이 많은 작가들은 대체로 그런 유형의 글을 쓴다는 것을 모두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이면서 특히나 나처럼 젊은 작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책을 집어 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한국이 싫어서」라는 것은 우리 세대 즉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주요 줄거리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유학을 가고, 궁극적 목표는 호주에 정착하는 이른바 이민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한국의 어떤 점이 싫어서 가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냥 막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한국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콕 꼬집어 말하기보다 일반적으로 모순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한다. 나도 이런 생각을 수시로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의 출퇴근 때에 대중교통이 복잡하고 힘드는 것, 아침 일찍 나서야 하고 늦게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것, 입시 위주로 공부하여 결국은 써 먹지도 못하는 것을 열심히 배우는 것, 부정과 부패가 있어 유전무죄가 되고 무전유죄가 되는 것, 금수저와 흙수저로 비교되는 것 등이 한국이 싫어지도록 만드는 요인들이디. 가끔 혹은 자주 이런 기사를 접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국이 싫어지고 때로는 이민이라도 가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역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말로 각성하고 극렬하게 원하는 이민이 아니라, 죽어도 살기 싫으니 떠나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피하고 싶은 이민이라는 말이다.
주인공 계나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에 살고는 있지만 실상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어렵다는 아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그 개천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겪는 현실 즉 3포세대 혹은 5포세대는 이런 감정을 자주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 헬조선이라는 말도 나돈다. 헬한국이라는 말은 사용할 수가 없어 헬조선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헬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처럼 나이가 제법 든 경우에도 그럴진대,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이미 빚쟁이가 되어 사회로 나오는 사람들이란 어떨 것인가. 그렇게 나온다 하여도 내가 생각하는 직장을 구할 수가 없고, 손에 잡히는 것은 최저 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로 묶어 연명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얼굴이 예뻐서 얼굴 하나 가지고 먹고 산다면 몰라도, 체력이 좋아서 어렵게 머리 굴리지 않고도 힘쓰는 일에 종사하여 먹고 산다면 몰라도, 공부를 잘하여 고시에 합격하면 몰라도, 줄이 좋아서 내가 원하는 직장에 아는 사람이 소개하여 입사한다면 몰라도, 그도 저도 아니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업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경쟁만 하다가 그 경쟁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멍드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그런 삶을 주인공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생활은 결혼이라는 것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명확하지 않으며, 어떤 때는 재력가이거나 어떤 때는 박학다식한 사람일 수도 있다. 또 어떤 때는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가진 사람이거나 그런 잠재능력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으며, 설사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기 전에 이미 상황은 바뀌고 만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들은 그들끼리의 리그전을 거쳐 상대를 고르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계나는 호주에서 잘 산다는 해피엔딩도 아니다. 시민권이 나오기 전에 한국에 와서 조금 생활하다가 갔다는 것, 아직도 한국을 원망하며 죽어도 떠나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만 고쳐준다면 한국이 좋을 텐데, 아니면 이런 점을 개선하면 한국도 괜찮은 나라인데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만약 주인공 계나가 그런 생각이 없을지 몰라도 저자인 장강명씨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현실이다.
우리 기성세대들 역시 한국이 무작정,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도 살다보면 미울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얄미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때마다 항상 미치도록 싫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하고 싫어진 것 하고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와 주인공 모두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이 싫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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