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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단군 부여

꿈꾸는 세상살이 2016. 6. 13. 18:42

고조선 단군 부여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2015.12.18/ 215쪽

 

동북아시아역사재단에서 펴낸 책이다. 그래서 대표로 김호섭이 지은이로 나와있지만 사실은 노태돈, 박경철, 박선미, 박준형, 서영대, 송호정, 오강원, 이청규, 조법종이 지었고 김정배가 감수를 맡았다. 이들은 대체로 역사학자들이면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며, 일부는 교양학부 교수로 일하기도 한다. 또한 감수를 맡은 김정배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면서 고조선 및 한국민족문화의 기원을 전공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과거 역사 즉 오랜 세월이 흐른 우리 선조들의 역사를 전공으로 한 사람이거나 현재 그와 관련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전문가라는 얘기다.

 

우리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을 잘 듣는 편이다. 만약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내가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요즘 고조선 및 단군 그리고 거의 동 시대인 부여에 대한 역사 혹은 진실을 알 수 있겠다는 마음에 설레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거 역사가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이상 정확히 알 수 없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마음대로 조사하거나 다녀볼 수도 없는 지역이기에 그 한계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로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것에 대한 실제 자료나 증거는 없는 상황이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라든가 아니면 설화쯤으로 여기고 말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역사적으로 여러 기록을 짜 맞춰보면 엄연한 사실이건만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그려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조선과 부여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창설자 즉 건국 시조에 대한 단군의 위상에 대하여는 액면 그대로 믿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군은 신의 아들 혹은 신의 손자로 묘사되지만, 사람이 신의 아들이라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알에서 태어났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연 생리에 맞지 않는 것들은 인위적인 첨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역시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은 확실하다. 이집트 혹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건국 시조는 모두가 신 혹은 신과 동격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정말로 신이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은 매우 영험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단군은 특별한 사람이기에 모두 단군의 말을 듣고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비유로 써낸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당시 사회상에서 신성시하던 즉 토테미즘이나 자연신에 대한 숭배에 관련하여 상화 보완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상례다. 말하자면 고조선 당시는 호랑이나 곰이 우상의 숭배 동물 중 하나였던 것이며, 그보다 더 힘이 센 하늘님의 가족이라는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여타 부족 혹은 백성들로부터 추앙을 받을 수 없기에 불가불 신화적으로 꾸며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런 신화를 그대로 받아 들여서도 안 되지만 전혀 상관없는 거짓말로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건국 신화가 나오는 삼국유사나 제왕운기 등은 지은이가 그보다 훨씬 후대의 인물로서 당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쓴 것이니 그것 자체가 믿기 어렵다는 말이다. 삼국유사를 보더라도 벌써 기원전 2333년 전의 일이며 거기다가 저자가 살아 생전의 저작년도 1281년 정도를 더한다 하더라도 3500년 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니 그것이 정확하지 못한 것이다. 제왕운기 역시 고려 충렬왕 때 1287년의 저작이니 역시 3500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적 외에 다른 서적으로 보충 설명할 만한 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는 한참 후인 조선 초기와 중기에 나온 책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명확하지는 못하며,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 그 진실성에 대해서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하면, 고조선은 엄연한 국가였고 단군은 제사를 담당하는 우두머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왕검은 고조선을 통치하는 제왕으로서의 위치이니 단군과 왕검을 합하면 제사장이면서 통치자였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사람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일반 명사로서 고조선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그렇게 불려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 증거로 단군이 1500년 동안이나 다스렸고, 마침내 1908살에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고 하였다. 이때 한 사람의 단군이 1908년 동안 살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니 고조선이 유지되던 동안 여러 대의 왕들이 존재하였는데 모두가 단군으로 불려졌다는 말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군은 일반 명사가 되는 것이며, 왕검 역시 일반 명사로서 왕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군을 그냥 허구적 건국 신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고조선을 세운 임금인데 그가 강력한 군주로서의 권위를 갖추기 위해 신적인 존재 혹은 신의 계보를 이었다고 추켜세우는 것이 합당하였던 것이다. 그때는 여러 부족들이 서로 겨루던 시대이니 단군이 총 리더역할을 하였다 하더라도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러 제후들이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였던 것이다. 그때는 강력한 왕권이 확립되기 전의 씨족 혹은 부족 국가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단군이 마늘과 쑥을 먹은 곰과 결혼하여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당시 왕권 강화를 위한 정신 교육적 차원의 사상 주입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부여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시조인 동명왕이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것 역시 신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부여가 고조선에 이은 혹은 조금 늦게 생성된 나라라 하더라도 역시 당시는 교통이 불편하고 서로 래왕이 없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제왕적 위치를 가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부여 역시 신화적 요소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 역시 존재하였던 것은 거의 기정 사실이다. 역사적인 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사료는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시기를 연대적으로 나열하여 볼 때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원전 2333년이냐는 것은 조금 더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기록이 중국의 역사에 나오고는 있지만 그것 역시 명확하거나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 자료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혹은 없어졌다가 나타나는 것들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고려하여야 할 것은 고조선이 신화의 일부일 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한 시점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단군 역시 건국 신화의 주역이면서 최초의 왕이었다고 하는 것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풍사,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하늘에서 땅에 내려와 다스렸다고 하는 것들은 모두가 왕권을 신성시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당시 농경은 바람과 비 그리고 구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이것이 생활의 전부였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활의 전부를 주관하는 제관으로서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야 백성들이 믿을 것이며, 그런 신념이 없다면 제관으로서의 기능을 작동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곰 신화나 하늘에서 받은 우사 운사 풍사는 그냥 애교로 보아주어야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시대에도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하늘의 힘을 빌려 가랑잎을 타고 다니며 백두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바가 아니던가.

 

책을 덮으면서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을 좀 더 소상하게 밝힐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역사를 중국의 일부 변방에서 이루어지던 것으로 치부하고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가하면 그런 즈음에 우리 정부에서는 어떠한 조치는 그만두더라도 다른 대안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는 기미마저 없으니 한심스럽기 한이 없는 것이다.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그냥 코 베이는 순간을 맞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이냐.

내 비록 힘은 없지만 우리 역사학자들이 그리고 정부 혹은 관련 단체들이 좀 더 분발하고 힘을 내어 한 목소리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국민들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를 개탄하고 염려하며 조국 사랑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잘 하라고! 똑바로 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