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텔로 돈 벌러 간다
이길원/ 북메이트 2005.01.24/ 382쪽
이길원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줄업. 공인중개사로 모텔전문상담사이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의 부동산을 연구하였고 부동산업 경력 15년에 명도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재건축사업실무』가 있다.
부동산 중에서도 모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제목만을 보면 모텔로 돈 벌러 간다는 말을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무슨 수로 모텔에서 돈을 번다는 말인가. 혹시 몸이라도 팔아야 하나? 아니면 무슨 행사를 모텔에서 하나? 그렇다고 해도 한두 번의 행사라면 이해가 되지만 계속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모텔에 도박장을 개설하였다든지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모텔에 청소를 하러 갈 수도 있고, 비품을 납품하러 갈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정수기를 관리하러 갈 수도 있고, 일수나 월수금을 받으러 갈 수도 있다. 또한 수도나 전기 사용량 그리고 가스 사용량을 검침하러 갈 수도 있다. 이처럼 생각하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부동산관련 업자인 마당에는 더더욱 어려울 것도 없다. 모텔에 가서 부동산을 매매하든 임대를 하든 돈을 벌러 가면 그만이니까. 아니면 경매를 받아 자산을 만들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주요 골자는 모텔이 현재까지 호텔과 여인숙 사이에 낀 조금은 부족하면서도 상당한 투자가 소용되는 그런 부동산이라는 것이다. 모텔은 엄연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100년도 더 견뎌야 하는 거주와 휴식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동산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까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효율이라는 것은 투자 대비 수익의 효과를 말한다. 그래서 주거 개념의 숙박 외에 잠시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권장한다. 그러나 이때의 잠시 휴식이란 현재까지 오도된 러브모텔의 개념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불륜관계의 남녀가 잠시 공간을 빌려 은밀한 시간을 갖는 경우라는 것이다. 사실 일부 모텔들은 이런 개념을 기본으로 깔고 모텔업에 뛰어든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민 혹은 여행객 수에 비하여 생대적으로 훨씬 많은 모텔이 존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불륜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원래 목적인 여행 중의 숙박에 대한 개념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객이 몰리는 장소 혹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야 하며, 그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분위기는 아늑하면서도 평소 지내던 자신의 집과 같으면 좋을 것이며, 교통이 편리하고 일부 업무 처리도 가능한 조건이어야 한다. 필요하면 비즈니스 관계로 사람을 만나기 쉬워야 하며,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는 곳이 가까워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여인숙보다 호텔의 개념이 더 가깝게 느껴져야 하는 것이다.
요즘 모텔은 호텔에 버금가는 환경을 제공한다. 우선 시내에 있어서 교통도 좋고 조용하면서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보장받는 것이다. 게다가 아침에 식사를 거르지 않고, 또는 저녁에 손님을 만나도 불편하지 않는 공간을 덤으로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는 오피스텔과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오피스텔과 모텔의 차이는 확연하다. 모텔은 가족단위의 휴식이 가능하지만 오피스텔은 좀 더 좁은 공간으로 가족이 모여 휴식하는 것보다는 개인이 주로 업무를 보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더 강한 곳이라는 말이다. 즉 일과 휴식을 위한다면 오피스텔이 필요할 것이며, 휴식과 숙박을 전제로 한다면 모텔이 더 좋다는 말이다.
따라서 모텔이 호텔과 여인숙 그리고 오피스텔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하여는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모텔이 가진 기능 중에서 어떤 면을 부각시킬 것인지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고 본다. 남녀 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장소로 활용한다면 여전히 러브모텔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며,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같이 숙박을 하러 갈 곳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모텔에 들면 가족끼리 혹은 2대나 3대가 같이 숙박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원래 개념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호텔이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장소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호텔이 가진 모든 기능을 부여하면서 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모텔은 요즘 대형화 고급화되면서 일반인들이 투자하여 운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객실 수가 100개를 넘으며 건물 층수도 10층이 넘어가고, 부동산으로써의 가격 역시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모텔이 하나의 기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이 한낱 러브모텔이라는 허울아래 손가락질이나 받아서야 되겠는가.
원래 모텔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호텔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일본에는 모텔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러브호텔이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원래 우리보다 성이 개방된 나라이기에 그렇게 시작된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에서 도입된 모텔이 성문화의 흐름에 따른 러브모텔의 성격으로 굳어진 경우이다. 그래서 시내에 있든 변두리에 있든 혹은 산 속에 있든 그것은 바로 비뚤어진 성문화의 표출구로 인식되어왔던 것이다.
아무리 성이 개방되었다고 하더라도 가는 곳마다 모텔은 곧 성의 불륜장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모텔 운영업자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여기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있다. 조금 돈 벌이가 된다고 하여 그렇게 무작정 성문화의 장소로 전락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호텔에 버금가는 투자를 하고도 오히려 여인숙처럼 싸구려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여인숙 혹은 여관이 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역 앞이나 뒷골목 또는 버스 터미널 옆에 있었던 것과, 현재는 시내 중심지에서 혹은 주택가 골목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은 주택가에 있어도 별로 거부반응이 없지만 모텔은 유독 반대가 심할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퇴폐문화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 즉 모텔 투숙객들도 그런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모텔 경영자들이 나서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업소는 언제든지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투숙하는 부모를 자랑스럽게 모신다는 선전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모텔을 수익을 내는 하나의 부동산으로 보아 잘 운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이다. 입지 선정과 여건에 따른 규모 그리고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심사숙고 하여 판단해야 한다. 투자 그것도 50억 이상 100억 원이 소요되는 거금을 투자한다면 하루아침에 결정하고 판단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작은 소도시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모텔이라 하더라도 최소 5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일시에 투자하기 버거운 경우에는 모텔을 임대하여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수고에 비하여 수익은 줄어들지 몰라도, 어차피 내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지은지가 오래 된 책이다. 그래서 지금 현실에 비추어 직접 적용하기에 부적합하지만 그래도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니, 부동산을 특히 모텔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초기 상식을 얻기에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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