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김주영/ 문이당/ 2003.09.09/ 307쪽
김주영 :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소설가다. 1939년 경북 청송 출생으로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하였다. 한국소설문학상, 유주현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무영문학상,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저서로『천둥소리』, 『활빈도』 5권, 『객주』 9권, 『아라리난장 3권, 『화척』 5권, 『야정』 5권, 『홍어』, 『멸치』 등이 있다.
본 도서『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는 MBC!(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된 책이다. 또한 원래『거울 속 여행』이라는 제목에서 고쳐 적은 것이다. 원래는 주제를 어디에 맞췄느냐에서 직설적인 것보다 뭔가 내포하고 있는 비유적인 제목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 발행인 1988년 11월 30일 처음 나온 후로 내가 읽은 책은 무려 33쇄를 하였다.
한 마디로 형석이라는 아이와 동생 형호를 바탕으로 충청북도 예천의 인근에서 벌어지는 시골 풍경을 그렸다. 당시가 언제인지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마을에 유엔군이 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으로 보아 전쟁 중이거나 전쟁 직후라고 생각되며, 내용은 잠시 뒤인 휴전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아빠가 없는 홀어미 가정에서 먹을 것 먹지 못하고 입을 것 입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 낼 기성회비를 한 번도 내 본적이 없으며, 그러하고 기죽어 지낸 적도 없었다. 또한 그것을 빌미로 가정방문을 하는 선생님한테도 어머니는 항상 슬슬 피해 다니며 부딪치는 기회조차 만들지 않았다. 말하자면 고생하면서 번 돈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할 일이 없어 이리저리 쏘다니며 놀거리를 만들었고,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전에 대한 예고다.
학교도 안 다니는 동생 형호가 외국 군인을 보면서 ‘할로, 기부 미 츄잉컴’이라는 말을 하였던 것, 이발소 주인에게 전해달라는 선생님의 쪽지를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이발소 주인은 빨갱이로 몰려 잡혀갔던 것. 학생이 가지고 온 기성회비를 잃어버렸다고 할 때에 돈이 없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형석을 의심하고 좋게 말할 때에 자백하라고 하지만 자신은 결백하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것, 그리고 돈을 잃어버렸다는 아이가 돈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는 얘기를 했을 때의 허탈감. 이발소 자리에 새로 들어온 시계포 최씨는 술도가의 일꾼 장석도와 싸우면서 인근 예천 군수가 친척이 된다고 거짓말을 하여 우위를 차지하는 것, 쌀이 없어 굶기를 밥먹듯 하던 형석이 벽장 속에 숨어들어 본 것은 어떤 값 나가는 보물이 아니라 쌀독에 가득 담긴 하얀 쌀이었던 것, 모두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당시 시골 사회상을 낱낱이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감추인 속 내의 반전이라고 할 것 들이다.
그러나 말 한 마디에 따라 꼬투리를 잡아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작정 덮어씌우려고 가혹한 고문을 하던 것, 술도가의 머슴이 주인과 담판을 하여 세경 대신 업고 놀다가 시궁창에 처박아 버리는 것, 그리고 무일푼으로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서는 것, 모자라는 아이로 태어나서 손 안의 보물단지처럼 키웠으나 채 피지도 못하고 죽는 것, 객지로 나섰던 장석도가 피골이 상접하여 오밤중에 어머니를 찾아와서 반 한 그릇 얻어먹고 그길로 다시 떠났던 것 등은 상상을 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 반전이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자랐다. 이런 일상과 반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에 물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적당히 자신을 포장하기도 하였지만, 그러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끝까지 버티기도 하였다. 권력에 눌려 입을 다물기도 하였지만 그렇다고 비굴하지는 않았다. 어린 아이가 죽으면 무덤을 하지 않고 평장을 한다는 말처럼, 옥화의 주검을 실은 바지게를 따라 가려 하였지만 아이들은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옥화 아버지의 말은 아이들이 할 일과 어른의 세계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세태가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낸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지키도록 타일렀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성장하였다. 때로는 어른을 모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순수한 마음으로 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여도 순수한 마음은 간직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덩치가 크고 허우대가 멀쩡해도 아이는 아이다.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는 것은 부모 그리고 기성세대의 할 일이며 또 하나의 의무이다.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고기를 잡는 사람은 갈대를 꺾지 않는다. 만약 갈대를 꺾으면 고기가 놀 공간이 없어진다. 다시 말하면 다음에는 고기가 살 집이 없어 더 이상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농부는 열흘을 굶어도 종자로 밥을 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지금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어린 싹을 짓밟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손안에 든 새싹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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