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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공간문화

꿈꾸는 세상살이 2016. 8. 18. 07:29

 

 

한옥의 공간문화

 

한옥공간연구회/ 교문사/ 2004.06.14 초판/ 261쪽

 

한옥공간연구회 중에서도 강순주, 김대년, 민찬홍, 박영순, 오혜경, 천진희, 최재순, 홍형욱 등이 저술하였다. 이들은 주거학과 산업디자인, 실내디자인, 실내건축, 건축학 등을 전공한 나름 전문가들이다. 또한 각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여러 저서를 남기고도 있다. 말하자면 한옥에 대하여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중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썼다고 보면 되겠다. 2004년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 학술도서에 선정되었다.

 

서재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요 내용으로는 1장 한옥의 형성에서 1. 자연환경을 2. 사회문화 환경을 다루었고, 2장에서 한옥의 배치로 1. 상류주택, 2. 서민주택을 다루었다. 제3장 실내공간의 구조와 구성요서에서는 1. 상류주택의 실내구조, 2.실내공간의 구조를 다루었고, 4장 전통가구와 장식물에서는 1. 전통가구, 2. 장식물을 그리고 5장 실내공간의 가구 배치에서는 1. 대청의 기구배치, 2. 방의 가구배치, 3. 부엌의 가구배치를 실었고, 6장 실내공간의 색채와 문양편에서는 1. 색채, 2. 문양으로 나누었고, 7장 한옥의 조형적 특성에서는 1. 한옥의 공간개념, 2. 실내공간의 조형적 특성을 다루었다. 끝으로 맺음말과 참고문헌을 실었다.

 

이 책은 저자들이 3년간 격주로 모여 토론하고 연구한 것을 나누는 가운데 만들어졌다. 그만큼 긴 시간동안 한국의 가옥을 재정립하고, 이것을 비전문가인 일반 사람들과 전혀 경험이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드러난다. 한옥, 마을 구조, 담장, 굴뚝, 한복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이 아직도 한국화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은 이 시기에 보기 드문 하나의 결실이라 생각한다.

또한 부록을 보면 199권의 다른 자료를 참고하였다고 하였다. 나름 전문가들인 사람 그것도 8명이 모여 199권의 다른 자료를 참고하여 책 한 권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고 세밀하게 다루었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는 전문가들도 자기가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 아니라 남이 한 것을 답습하고 변형하여 책을 쓴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물론 창작이 아닌 다음에야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발견이나 남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생각은 없는지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렇게 독창적인 생각만으로 책을 쓰게 되면 그 책은 돈키호테와 같은 이론에 지나지 않을 것임도 안다. 이 책 역시 지금까지 우리에게 펼쳐진 한옥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아니라, 있어온 느껴온 감정을 그리고 조상들이 만들었던 이론을 찾아내고 정립하는 차원에서 썼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있는 것을 풀이한다는 의미이다. 더 보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빼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좀 더 공력을 들여 연구하는 자세를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나는 한옥 중에서도 전형적인 초가삼간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일반적인 한옥의 특징을 모두 알고 있지는 못한다. 또한 고대광실과 같은 커다란 집에서 생활하지 않았기에 한국의 일반적인 가옥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의 가옥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문화재에 관한 자료를 많이 보면서 혹은 견학을 하면서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는 하였었지만, 이 책으로 하여금 확인하고 한옥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도서는 그만큼 보면 볼수록 좋다는 감정이 일어난다.

 

문과 창의 구분, 마당과 방의 구분, 그리고 열림과 닫힘의 구분에서 보여주는 한옥의 특징은 가히 과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비록 문명적으로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투명 재질의 발달이 늦어 가옥의 부재료로 사용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당시 최대한의 장점을 살린 재료를 선택하였던 것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나무라고 다 같은 나무가 아니며, 종이라고 다 같은 종이가 아니라 서로 차이가 있는데, 그 용도가 다름을 잘 분간하여 활용하였던 것이 바로 한옥인 것이다. 방과 부엌을 구분하는 온돌 혹은 방과 부엌을 터놓은 온돌 등 형편에 따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 것도 자연에 순응하며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좁지만 넉넉한 마당이 있고, 불편하지만 나름대로 규칙과 질서가 있는 것이 바로 한옥이다. 이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필요에 의해 다듬어진 형태이며, 편리하도록 고쳐지고 개량된 것이 바로 한옥이다. 그러나 이런 것조차 현대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시 고쳐야할 그런 진부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 역시 서구적인 시각에서 느끼는 감정일 뿐이며, 그들은 이런 한옥에 대하여 많은 호기심을 넘어 경의와 애착을 느끼기도 한다.

 

한옥은 편리하면 편리한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나름의 미학을 가진 생활공간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비교에 의하여 후진적이고 비경제적이라는 단어로 매도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우리가 서구적 주택을 선호하듯이 그들 역시 한국적 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그것이 다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도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한옥을 사랑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것은 그냥 한두 해에 걸쳐 지어진 집이 아니라 고치고 개량하면서 일상에 적합하도록 다듬어진 집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