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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꿈꾸는 세상살이 2016. 9. 27. 10:10

삶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김태길/ 철학과현실사/ 1994.08.30 1판 1쇄/ 347쪽

 

김태길 : 충북 중원 출생으로 청주보고를 졸업하고 일본 제3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동경대학 법학부에서 수학하였고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미국의 존슨 홉킨스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와이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였다. 학술회원, 철학문화연구소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윤리학』,『변혁시대의 사회철학』,『우리 현실 무엇이 문제인가』,『마음의 그림자』외에 다수가 있다.

 

2005년에 지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 간의 정을 고려해 기념선물로 주고 간 책이다. 그런데 벌써 10년도 넘게 책꽂이에 있다가 이제사 읽은 책이다. 지인에게 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을 받았을 때에 바로 펼쳐들기는 하였지만 내용이 어려워 그만 덮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쉽게 읽을 책들이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단지 어려운 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는 판에도 역시 어려운 책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읽어 책장을 넘길 수도 있겠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을 곱씹어보자니 자꾸만 앞으로 넘기는 책장이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대략 10일 정도에 걸쳐 읽었다고 기억난다. 하루에 평균 3시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자신이 직접 쓴 글이며, 이 책을 내기 전 그러니까 몇 해 전부터 틈틈이 썼던 글을 모아 낸 것이며 일부는 최근의 것들이 있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22년 전 그리고 많게는 25년까지도 전에 썼던 글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글을 읽으면서도 지금 현실과 잘 맞아드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저자가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20년 혹은 25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졌으니 말이다. 나는 이런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문을 말한다.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학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학문에 문학과 역사학 그리고 철학을 기본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이때 나오는 철학의 한 모퉁이에 저자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인문학에 적합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철학을 하면 우리 인간사에 적합한 말을 하고 그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철학은 좋은 것이다.

 

요즘도 새로운 인간이 되기를 주문한다. 예를 들어 군대에 가면 인간 개조를 해야 한다며 정신 교육과 더불어 육체 단련을 시킨다. 물론 군대라는 특수 집단이 가지는 성격상 필요할 것이리다. 또 대학에 들어가면 새내기 교육을 시킨다고 체질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원하지도 않는 술을 먹이며 담배를 권하고 마치 이것이 최고의 지성인이 되는 지름길인양 호도한다.

그렇게 자란 후에 직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신구의 조화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변화해야 되는 객체가 상호 상대적이라서 어느 일방에게 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보면 모든 것은 진리로 통하게 마련이다.

 

진리란 언제 들어도 언제 생각해봐도 변함이 없이 옳은 것을 말한다. 그러니 25년 전이나 지금 생각해보아도 옳은 말은 옳은 말인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저자가 말하는 주제가 아니라 이 책이 주는 진실된 내용인 것이다.

문학이 순수성을 가지고 펼쳐질 때에 예술성이 나타나는 것이며, 상업성을 띠게 되면 이미 예술의 범주를 넘어 흥행을 위한 출판이 되고 만다. 또한 지난 역사에서 취사선택하여야 하지만 현재 자신의 이익을 좇는 다면 그것은 올바른 역사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 후세에 두고두고 죄인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런 것들을 두고 역사의 진리라고 말한다면 너무 성급할 것인가. 따라서 문학과 사학 그리고 철학은 사람의 기본에 관한 것을 표출하는 것으로써 인문학 구성의 기본 요건이 되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사회의 변화와 지도자들의 자세 그리고 배우는 자들이 지녀야 할 태도를 역설하고 있다. 한 때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 다같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새로운 인간상! 사실은 언제 어디서나 요구되는 인문학적 인간은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인문학은 선비정신이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그 일이라는 것도 단순하게 농사를 지으며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좁힐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요구되는 선비정신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배워서 경쟁을 하여야 하며, 단순한 농사로 승부를 걸 수 없기에 복잡하면서 다양한 농사를 지어 경제적 지위를 얻어야 한다.

여가 시간을 이용한 놀이 역시 고무줄놀이나 연날리기 정도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여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가 된 세상이다. 이런 시대의 지도자 혹은 교육자나 피교육생은 상호 이익을 도모하지만 그래도 대국적인 차원에서 공통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상호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가치 즉 공동의 목표는 국가 발전을 위한 윤리적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풀어보면 국민의 누구도 굶주리거나 헐벗는 사람이 없도록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나라의 주권을 외우 또는 내환으로부터 지키고 국민 각자에게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치를 실현한다. 그리고 모든 국민의 타고난 소질을 연마하고 잠재한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과학, 철학, 사상, 예술, 종교, 체육 그 밖의 여러 영역에서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아 옳은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벌써 25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과 매우 다르며 국민의 의식 수준이 현저하게 다른 상황에서 말이다. 철학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진리를 말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낭중지추(囊中之錐) 혹은 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라는 말도 있다. 호주머니에 든 송곳은 굳이 드러내어 소문내지 않아도 나타난다는 뜻이며, 사람들이 나의 훌륭함을 몰라주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면 족하다는 뜻이다. 거기에 애써 나를 나타내어 존경을 받으려 하지 말라는 말이다. 내가 정말 훌륭하다면 결국은 저절로 나를 알아 줄 것이라는 말도 된다. 모름지기 지식인의 자세요 지도자의 표상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올까. 선량하고 자애로운 사람이 대접받고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이 해야 맞물려 돌아갈 것이다.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서 억누른다면 더 이상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철학은 이런 것이다. 이처럼 진리를 말하며,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전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전은 한낱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더라도 이미 철학의 범주 안에 들어 온 책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삶을 어디서 찾을 것인? 이것은 과히 철학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나의 양심에 묻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혹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복잡한 이 세상에서 참으로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