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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2. 식품클러스트 내 한식박물관

꿈꾸는 세상살이 2017. 10. 1. 20:07

2. 식품클러스트 내 한식박물관

 

예로부터 주부의 음식 솜씨를 알려면 그 집의 장맛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만나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고,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모든 것은 그 근원을 알면 결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좀 더 나아가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이것은 사람이 먹는 음식은 바로 그 사람의 음식 문화를 표현함은 물론이며 그로 인한 그 사람의 습성까지도 변화시켜 무의식중에 사람의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말이다. 먹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기에 한식을 먹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며, 한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모든 행동은 음식의 문화와 연관되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에 사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며, 한국 사람이 먹는 음식은 한국 음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음식에 관한 문화가 바로 한식문화로 연결된다. 또한 그런 음식을 통한 섭생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며, 사회생활을 하는 집단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는 입장에서, 한국 사람들은 체형이나 얼굴 그리고 성격이 거의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생활문화인 것이다.

 

우리 한식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음식인데, 근래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변질이 있었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어 우리 고유의 전통을 끊는 수단의 하나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한식에서의 푸짐한 상차림일 것이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식단인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풍성하게 차린 것을 한식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 고전을 보더라도 잔칫날이나 생일 등 중요한 행사에는 거창한 상차림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일반적인 평상시에는 웬만한 선비라 하더라도 소반이 유행할 정도로 검소하면서 실용적인 상을 받았었다. 비록 나라의 임금님이라 하더라도 평상시에는 12첩 반상을 받았을 뿐이다. 살펴보면 우리가 단체급식에서 13찬 혹은 14찬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의 성군이라는 정조는 17찬의 아침진지를 드셨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서 맛을 조절하는 간장과 국 한 그릇을 빼면 다섯 가지의 반찬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 상차림 역시 평상시 기록이 아니라, 어머니 환갑날에 정조에게 올려 진 상이라고 하니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이 이 정도라고 해석해야 맞을 듯하다. 임금님도 필요 없이 많은 반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사극에 나오는 임금의 수랏상에 여러 가지 반찬이 올라오는 것은, 얼마나 고증을 거쳤는지 나는 알지 못하니 언급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가 강점기의 침략자들은 자신들이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침탈지에서라도 마음껏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즉 듣도 보도 못한 진미를 산처럼 쌓아놓게 되었다. 그 뒤로 못된 것은 먼저 배운다는 말처럼 대접 받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였고, 이에 따라 일반적인 상에서도 마치 내가 훌륭한 대접을 받는다는 착각으로 거창하게 차리는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한 끼 식사에 10첩을 넘어가는 것은 왜곡으로 빚어진 안타까운 산물이라 할 것이다. 지금도 유명한 한정식에 올라오는 여러 가지 반찬은, 솔직히 젓가락 한 번 대지 않고 나가는 것이 상당수 있으니 그것 역시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한정식은 1909000씨가 명월관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록을 보고 있는데, 당시 유행하던 일본 요릿집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식당이었다. 이때 갑오경장으로 관기제도가 폐지되면서 오갈 데 없던 기생들이 모여들었고, 동시에 일류 조리사들이 주방을 맡으면서 비싼 가격에 걸맞는 요리가 등장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없던 요리도 만들어내 유명세를 탓던 것이다. 이러한 한정식의 세부 자료로는 예전에 치러진 한정식의 이름과 다른데, 정말로 검소한 차림에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봉천관, 영흥관, 혜천관, 세심관, 장춘관, 식도원, 국일관 등이 생겨나서 궁중음식의 대중화와 함께 한정식의 고급화에 앞장섰으나, 한정식은 원래 호화로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로 인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선물삼아 지위와 권력 그리고 부를 상징하는 의미로도 부각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궁중 음식이라 하면서도 명월관에서 흘러나온 궁중 음식과 수라간에서 전해져 온 궁중 음식에는 차이가 나는 원인이 되었다. 대표적인 차이는 명월관에서 등장한 구절판을 들 수 있으며, 4인이 함께 받는 교자상이 있다. 원래 궁중에서는 한 사람이 상 하나를 받는 독상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가장 혹은 맨 웃어른은 항상 독상을 받았던 것입니다.

반면에 침략자들은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력이 얼마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며 먹다 남는 음식을 버리는 것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일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일로 인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피폐해지면 피폐해질수록 고소한 맛을 통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매일 받는 밥상 하나를 바라보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익산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고장이 아니라, 먹는 것이 자급자족하는 수준에서 풍부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1차 산업을 터전으로 삼았던 고대 사람들은 안전하면서도 먹을 것이 풍성한 익산을 도읍지로 정했을 것이다. 전쟁이 많지 않았지만 높은 산이 없어서 적들이 몰래 쳐들어온다고 하여도 멀리서부터 감지할 수 있었으며, 적당한 물과 평탄한 지형 그리고 기름진 옥토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최근에는 2차 산업의 경제화와 3차 산업의 서비스화로 인하여 소외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어차피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역시 익산을 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익산을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식품크러스트 지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식품크러스트는 글자 그대로 식품에 관한 통합된 조직체를 말한다. 육종과 재배 및 가공은 물론,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여 새로운 요리의 연구와 특성화된 음식의 개발 등도 포함된다. 말하자면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한 조건에 부합되는 모든 일이 가능한 곳이며, 이런 곳에서 식품의 선도 기업이 탄생되는 것은 물론 식량 산업의 메카가 되는 것이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 한식박물관이 있다. 한식 즉 한국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진열되어 있으며, 각 지역의 전통 음식이 진열되어 있다. 물론 실제로는 먹을 수 없는 모형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지만 음식 자체를 소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보는 재미 외에 먹는 재미가 필요하다면 곁에 딸린 식당으로 가면 해결된다.

한식당은 전통관과 현대관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외국인에게는 고유의 맛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지에서 온 손님은 다른 지역의 음식을 맛보기 위하여 지역별 토속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이때 음식관에 입주한 점주는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조건에 적합한 사람 중에서 선발되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음식의 맛은 고증되었으며, 고객에게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친절하며 자신이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다른 음식에 대한 상식까지도 가지고 있어 언제든지 명확하게 안내할 수 있는 소양도 갖추었다.

한 예를 들어보면 입주한 점포에는 한국어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언어 두 가지를 더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점주가 그래야 된다는 것은 아니며, 어느 한 사람이 두 가지 외국어를 해도 좋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이 각각 한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을 경우에도 친절하게 응대할 기회의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인하여 다른 식당에서는 종업원으로 취업하는 것이 별 자랑스럽지 못하더라도, 이곳 익산의 한식관 즉 한식박물관 내 식당의 전통관에 입주한 식당에 취업하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에 속하여 종업원 스스로도 만족해하고 있다. 그들은 음식의 기본인 요리 혹은 조리 실력은 물론이며, 교양과 상식을 갖춘 사회인으로서 외국어를 구사하는 전문 인력이라는 인식이 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별도의 통역이 필요 없어 외국인 혼자서도 취식이 가능하며, 식사 도중에도 상담이 가능한 곳으로 통한다. 각 점포는 식사 대신 별도의 회합이 가능하도록 10석 규모의 작은 미팅룸을 두었으며, 시간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한식박물관에서 통합 운영하는 다용도실을 두고 있다. 200석 규모의 다용도실에서는 홍보 영상물이 상시 방영되며, 별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작은 세미나를 개최할 수도 있다. 또 소규모의 회의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20인 규모의 미팅룸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의 한식당 중 전통관에 입주한 식당은 각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을 제공한다. 이런 음식은 각 지역을 직접 돌아다녀야 맛볼 수 있겠지만 이곳 익산에서는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려는 내국인에게보다는 외국인에게 더 적합한 조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필요한 곳의 음식을 맛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다 한 번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각 지역을 고루 돌아볼 시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어떤 음식이 더 어울릴지 판단하기조차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시된 음식 미니어처는 본래의 상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그 아래에 각각의 음식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매일 그리고 매번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놓는 것이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모형을 쓰게 된 것이다.


한식관에 배치된 그 중에서도 전통관에 입주한 식당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함경도

함경도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악한 산악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눈이 많이 오며 겨울이 길어 난온대(暖溫帶) 식물이 자라기에 부적합한 환경이다. 그러기에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많고, 밭에서 나는 곡식은 남쪽지방에 비해 차지고 맛도 좋은데 특히 콩의 품질이 우수하다.

그렇지만 동해안은 세계 3대 어장의 하나에 속할 정도로 명태와 청어, 대구, 연어 등의 해산물이 풍부하다. 음식의 생김새는 큼직큼직하고 시원스러우며, 오밀조밀한 장식(裝飾)이나 기교(技巧)를 부리지 않는다. 음식의 간은 짜지 않으나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고추와 마늘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많이 써서 강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가지 양념을 한데 섞어 매운맛을 내는 다대기가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대표 음식으로는 함흥냉면, 강냉이밥, 찐조밥, 감자국수, 옥수수죽, 얼린 콩국수, 콩부침, 동태순대, 가자미식해 등이 있다.

 

2). 평안도

평안도는 산악지형으로 산세가 험한 편이지만, 그래도 서해안의 간만의 차가 심해 넓은 평야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풍부한 해산물과 함께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산채와 곡식도 생산하고 있다.

한편 옛날부터 중국과 교류가 잦았던 지역으로 많은 문물이 내왕하였으며, 사람들의 성품도 대륙적이고 진취적인 면이 있다. 음식도 이에 맞게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데, 추운 지방답게 육류와 콩, 녹두 등을 즐겨 먹는 편이다. 그런가 하면 밭작물인 메밀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고, 추운 지방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발달하였다. 대표 음식으로는 평양냉면이나 온반, 어복쟁반, 만두, 고사리죽, 녹두지짐, 순대 등이 유명하다

3). 황해도

황해도는 북부지방 중에서는 아주 넓은 곡창지대에 속한다. 따라서 연백평야나 재령평야와 같은 넓은 논에서 나는 쌀의 생산량이 많고, 해안지방에서는 간척지가 발달하여 소금도 많이 생산된다. 이 외에도 산에서 나는 산채나 기타 여러 가지 부산물도 고루 생산되는 평야지대로 통한다.

황해도는 생산되는 종류나 양에 걸맞게 인심이 좋고 생활이 윤택하여 음식에도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는 풍요 속의 소박함이 드러난다. 음식의 크기는 북부지방에서 그렇듯이 큼직큼직하게 썰어놓고 푸짐하게 만들어 먹는다. 음식의 간은 담백한 맛으로 대체로 충청도의 음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김치를 담글 때 고수와 분디라는 향신채(香辛菜)를 사용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

대표 음식으로는 연안식해, 남매죽, 김치순두부, 행적, 호박김치찌개, 수수죽, 밀범벅, 강엿, 새우찜, 오쟁이떡, 좁쌀떡, 된장떡 등이 있다.

 

4). 서울

서울은 최근 오백 년 동안 조선왕조의 수도였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요리풍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심지인 서울 자체에서 나는 산물(産物)은 별로 없으나, 전국 각지에서 나는 산물이 모여 여러 가지 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 많다. 음식은 짜지도 맵지도 않지만, 모양이나 맛에서 사치스러운 음식들이 생겨났다. 북쪽지방의 음식이 푸짐하고 소박하다면, 서울 음식은 모양을 예쁘고 작게 만들어 눈으로 보는 멋을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사대부나 궁에서 이미 먹는 양은 채웠으니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는 음식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궁이 있고 사대부가 살았던 고장인 만큼 음식을 이루는 재료의 선별부터 유별나며,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도 현란한 기교를 부린다. 음식은 먹는 것을 포함하여 의례적인 행사의 보여주기 위한 것도 많이 있고, 격식이나 조리를 하는 방식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화려하면서도 맛이 일품인 것은 알아주어야 한다. 대표 음식으로는 신선로, 설렁탕, 잣죽, 떡국, 국수장국, 육개장, 구절판, 탕평채, 도미찜, 경단, 전복초, 홍합초, 장김치, 너비아니 등이 있다.

 

5). 경기도

경기도는 산과 들이 뒤섞여 밭농사와 논농사가 고루 발달하였으며, 서해와 접해 있어 해산물도 풍부한 곳이다. 따라서 경기도 음식은 그 종류가 다양하며, 서울 음식에 비해 양념을 적게 쓰며 요리의 양은 많은 반면 소박한 맛을 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지방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화롭고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개성 음식은 궁중요리에 버금가는 멋을 내며, 서울 그리고 진주와 더불어 화려한 음식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개성국수, 조랭이떡국, 오곡밥, 냉콩국수, 오미자화채, 갈비탕, 삼계탕, 팥죽, 개성순대, 개성경단, 개성주악, 개성모약과, 가평다식, 여주땅콩강정, 수수부꾸미 등이 있다.

 

6). 강원도

강원도는 동해와 접해 있지만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산세가 험하고 깊은 골짜기가 어우러진 곳이다. 따라서 해안지방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산악 내륙으로 전달되기 어렵고, 반면에 산간지방에서 생산된 식재료들이 널리 타지역까지 전파되기에 부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해안지방에서는 오징어, 황태, 미역 등이 많이 생산되어 이들을 이용한 음식들이 많으며, 산간지방에서는 감자, 옥수수, 메밀, 도토리, 버섯 등이 많이 나서 각기 다른 향토 음식이 생겨났다.

강원도 음식은 대체로 소박하며 쌀이 부족하여 멥쌀이나 찹쌀보다도 감자나 옥수수, 메밀 등을 이용한 떡이 발달하였고, 멸치나 조개를 넣어 음식의 맛을 돋운다. 예전에 옥수수, 메밀, 감자, 도토리, 상수리, 칡 등은 구황작물에 속했지만, 요사이는 하나의 일반 음식으로 분류되어 별미에 속한다. 각종 산채와 표고버섯, 석이버섯, 느타리버섯, 송이버섯이 있고, 이를 이용한 장아찌나 말린 채소는 또 다른 맛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 음식으로는 감자경단과 감자송편, 감자밥, 명태식해, 감자수제비, 감자범벅, 강냉이범벅, 감자부침, 감자송편, 오징어구이, 오징어회, 오징어불고기, 오징어순대, 메밀막국수, 총떡, 도토리묵, 감자시루떡, 찰옥수수시루떡, 옥수수엿, 더덕구이, 더덕생채, 동태순대, 감자경단, 미역튀각, 송화다식, 당귀차 등이 있다.

 

7). 충청도

충청도는 내륙산간지방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넓은 들이 펼쳐진 곳으로 주식재료와 채소 등의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물론 서해안에서는 해산물이 풍부하며, 내륙지방의 산채와 함께 풍성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충청도 지방에서도 호화스럽거나 많은 양념을 사용하여 맛이 강한 음식은 만들지 않았다. 국물을 내는 데에도 쇠고기보다는 닭고기를 사용하며, 굴이나 조개 등도 많이 사용한다. 소박한 죽과 국수, 수제비, 범벅 같은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맵거나 감칠맛이 나지 않아 담백한 편이다. 대표 음식으로는 인삼, 인삼약과, 수삼정과, 호박꿀단지, 굴냉국, 호도장아찌, 쇠머리떡, 늙은 호박찌개, 호박고지적, 넙치아욱국, 애호박나물, 호박송편, 호박범벅, 복숭아화채, 미숫가루, 도토리떡 등이 있다.

 

8). 전라도

전라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로 넓은 들에서 생산된 곡식이 풍부하며, 해산물과 산채도 풍부한 곳이다.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예로부터 맛의 고장이라고 불릴 만큼 각양각색의 음식이 존재하였으며, 특히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와 익산의 음식이 유명하고, 전라남도에서는 목포와 순천의 음식이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전주는 조선 왕조의 발상지답게 호화롭고 특색 있는 음식들이 많다.

전라도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풍성한 채소와 각종 농산물을 이용한 음식들이 많고, 해안지방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로 인한 젓갈류와 생선 음식도 많다. 이곳 사람들은 삼합이나 생선김치 등과 같이 각자의 개성에 맞춰 음식을 개발해내는 독창성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양념도 풍성하게 사용하여 맛이 강하며, 더러는 남이 먹기 꺼려할 정도의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들도 있다. 온갖 양념을 하였으면서도 저장보관성도 뛰어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대표 음식으로는 홍어찜,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대통밥, 꽃송편, 깨죽, 대합죽, 꽃게미역국, 갈낙탕, 파산적, 대합구이, 꼬막무침, 죽순탕, 고추장, 더덕구이, 표고버섯덮밥, 대하탕, 두루치기, 애저, 배추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부각, 풍천장어, 백합죽, 꼬막, 어죽 등이 있다.

 

9). 경상도

경상도는 남해와 동해에 넓은 어장을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고, 낙동강 주변을 비롯한 농토가 많아 농산물의 수확도 풍성하다. 경상도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물고기를 그냥 고기라고 부를 만큼 생선을 제일로 치며, 따라서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하였다.

음식은 눈으로 보는 멋을 내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대신, 맛은 입안이 강한 인상을 줄 정도로 맵고 소금 간도 세다. 따라서 경상도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이다. 경상도는 국수를 즐겨 먹으며 잔칫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으로, 혼인을 물어보는 자리에서는 언제 국수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때의 국수는 모양이 긴 만큼이나 길게 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아구찜, 따로국밥, 애호박죽, 조개국수, 추어탕, 곰탕, 토란줄기찜, 콩잎김치, 당귀장아찌, 더덕장아찌, 단풍콩잎장아찌, 유과, 칡떡, 안동식혜, 해물잡채, 장어조림, 부추김치, 파김치, 찹쌀부꾸미, 재첩국, 대구탕, 벌떡게장, 구포국수 등이 있다.

 

10). 제주도

제주도는 화산발생 지역으로 자연적 조건상 쌀의 생산은 여의치 못하며, 주로 콩과 보리를 비롯한 잡곡, 그리고 고구마와 감귤, 자리돔, 옥돔, 전복 등이 많이 생산된다. 제주도의 음식은 섬 지방답게 해초류가 주를 이루며, 바닷고기도 가끔 등장한다.

제주도 지방의 음식은 재료가 가지는 고유의 맛을 살리고, 많은 양을 하지 않으며 제때 만들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양념도 많이 하지 않고 부재료 역시 여러 가지를 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만큼 더운 지방답게 음식의 간이 짜며, 부지런한 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표 음식으로는 자리물회, 옥돔구이, 고사리국, 양애산적, 미역죽, 닭죽, 돼지족탕, 전복죽, 전복회, 전복김치, 소라회, 고사리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