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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3. 익산문화의 전당 - 음악에 옷을 입히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7. 10. 1. 20:09

3. 익산문화의 전당 - 음악에 옷을 입히다!

 

익산에는 솜리문화회관을 비롯하여 소극장 재미와 도서관 부설 공연장 등 크고 작은 공연장이 여러 개 있다. 인구가 적은 도농복합도시에서 필요한 문화공간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익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행사를 하려면 부족한 감도 공존하였다. 이런 참에 익산예술의 전당이 문을 열었으니 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익산문화의전당은 부지 21,245에 건축연면적 12,963, 지하1, 지상4층의 공연장 1동과 지하 2, 지상 2층의 미술관 1동으로 나뉜다.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시민참여라는 공모로 출발하였고, 위치 역시 사람이 빈번하게 왕래하는 공원 옆에 있어 활용도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는 다른 지역의 예술의 전당과 마찬가지로 각종 공연을 포함하여 대규모 행사까지 가능하다. 다른 지역의 경우 관객 동원이 어렵거나 입장권 판매를 기준할 때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아동극을 월 1회로 제한하는 곳도 있지만, 익산의 경우는 월 4회로 확대하여 어린이들에게 문화의 혜택을 넓게 개방하는 편이다. 어린이는 새나라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창의성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익산이 여성친화도시 국내 제1호이면서 더불어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월등한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예술의 전당이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출연하는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출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주로 서양에서 출발한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면서 화려하고 우아한 복장으로 매료시키던 것에서 이제는 옷을 입는 다는 것보다 차라리 걸친다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의 수준까지 왔다. 얇은 옷을 걸치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한복을 입고 공연하는 것이 좋으냐는 물어보나 마나 정답이 없다. 그러나 우리 익산예술의전당에서는 월 1회 이상을 한복을 입고 출연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오페라 같은 경우 극의 대본에 따라 복장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공연을 불문하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 피아노 독주나 바이올린 같은 경우 한복을 입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익산은 명창의 도시다. 우리나라 문화재인 판소리계의 국창을 비롯하여 주요 명창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가 바로 익산이다. 판소리 5대 명창을 송만갑, 이동백, 김창환, 김창룡, 정정렬로 꼽을 수 있는데, 이때의 정정렬이 익산출신이다. 또 기존에 잘 알려진 조통달명창을 비롯하여 최근 명창에 오른 인물까지 합치면 가히 소리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주요 명창의 출신을 따져보면 송만갑 구례, 이동백 서천, 김창룡 서천, 김창환 나주, 박동진 공주, 김소희 고창, 권삼득 완주, 신재효 고창, 임방울 광주, 오정해 목포, 안숙선 남원, 조상현 보성, 신영희 진도, 김영임 서울, 박록주 선산 등이며, 최근에 등록된 명창 임화영은 익산출신인데 최근에 거론된 일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익산에서 판소리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웃 전주의 소리문화의 전당에 비해 그 유명세가 떨어지는 면은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구비례에 따른 도세의 크기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참에 익산에서 열리는 공연에 한복을 입도록 권장하는 것은 전혀 불편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 공연장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공연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경을 하는데 어찌하여 항상 남의 나라 옷을 걸치면서 공연하여야 하는가를 문제 삼은 시민들의 자발적 요구에 의해 국민의 정체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공연장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민족예술의전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도시보다 규모가 크거나 관객이 많아서 그런다기보다는 위와 같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특색 있는 진행이 바로 그런 별명을 지어준 것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공연 특히 오페라는 두 시간 정도로 비교적 긴 시간 동안을 열연한다. 그래서 중간에 일부러 쉬는 시간을 두어 숨을 고르기도 하며 무대를 조정하기도 한다. 이때 관객들은 여흥을 즐기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을 인터미션이라는 고상한 이름을 붙여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우리가 말하는 막간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판소리 5마당은 춘향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심청가를 드는데, 하나의 곡을 다 부르는데 5시간 혹은 9시간이 걸리는 아주 방대한 음악이다. 그래서 아무라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이한 음악이며, 보통 때는 줄여서 1시간 혹은 2시간 이내에 마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공식적으로 지정된 막간이 없으며, 출연자가 힘들면 관객의 동의를 얻어 잠시 쉬는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미리 합의로 정해놓고 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안 쉬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판소리가 더 경이로운 것에 틀림없다.

 

오페라 어렵고 힘든 공연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따져도 어디 판소리만 하겠는가. 서양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어도 판소리는 돌아가고 있으니 대단한 음악이며 대단한 공연인 것이다. 그런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서양 음악에 너무 혼을 빼앗기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복 공연이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한복 공연!

 

이제 익산예술의전당의 대명사가 되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한복을 입고 있으면 우아하고 정말 신선이 내려온 느낌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한복을 입고 있으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가야금을 타는 사람이 한복을 입고 있으면 친근함 느낌이 든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며 흥이 나는 것이다.

한복을 입고 소프라노를 부르는 모습이 뉴스를 타고 전국에 퍼졌다. 처음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에 다들 이상하다는 눈치였으나,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모두가 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지 누군가가 해서 시작만 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선례가 되고 지침이 되는 것이다.

 

익산예술의전당이 다른 곳에 비하여 객석 수나 교통편 등 모든 물리적인 면에서 더 나을 것은 없다. 그러나 그 명성은 훨씬 낫다. 그것은 바로 소리의 고장 익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사절이 왔을 때, 혹은 업무상 외국인과 만났을 때에 우리 옷을 입고 피아노 연주회를 관람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호감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 상대방의 나라에서 만든 음악을 연주하는데 한복을 입고 있었다면그것은 바로 자존심의 문제이며 음악이면 음악이지 형식까지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대변이다.

익산은 음악에 옷을 입힌 도시이다. 끈도 없이 꽉 조여 매어 걸치는 옷에서 아름다운 옷으로 포장한 도시다. 만약 배에 힘을 주어야 한다면 속에서 감싸면 그만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포장한다면 우아한 한복이 아닌 그 무엇으로 할 수 있겠는가. 한복은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에도 충분하다. 감싸고 보완하기에도 넉넉하다.

익산은 지금 음악에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즉 음악을 잘 보이도록 하려면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진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서양에서 만든 음악은 동양에서 그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특히 익산 시민들은 음악을 더욱 음악답게 만드는 음악가이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고정 틀을 깬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