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픽션/ 5. 책사랑작은도서관

꿈꾸는 세상살이 2017. 10. 1. 20:11

5. 책사랑작은도서관

 

익산시 석탄동에 가면책사랑작은도서관이 있다. 이곳은 사립작은도서관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나도 개인도서관을 운영한 것이었지만, 형편에 따라 속수에 없다. 동익산역에서 좌측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 이뜨기로 불리는 옛뚝 마을에 위치한 책사랑작은도서관은 들녘 논 가운데에 있는 작은 교회에 부속된 도서관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운영자가 교회 목사님인 만큼 종교적인 서적부터, 아이들 책을 비롯하여 일반 성인용 도서까지 약 10만 권이나 두루 갖추고 있는 대형도서관이다.

책사랑작은도서관은 처음에 전주에서 출발하였으나 익산으로 이전한 경우에 속한다. 물론 운영자가 전주에서 살다가 익산으로 이주한 때문이지만, 도서관 하나가 덤으로 이주한 셈이니 익산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책사랑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들이다. 전주에 있었을 적부터 시도했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잘 다듬고 익산에서 와서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익산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격이다.

 

책 읽는 사람이 앞서간다는 말은 우리가 들어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같은 일을 하면 예전에 해당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앞서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분야가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의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 앞서가는 것이 현실이다. 책에는 저자의 삶이 들어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저자의 일생을 대신 살아보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생각을 담아낸 철학서나, 원리를 밝힌 논문, 일생을 그린 평전, 순간의 판단을 돕는 영웅전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익산시는 20102월에책 읽는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익산시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615일에는책 읽는 문화도시 익산선포식도 가졌다.

그 결과 인구 30만 명의 도시에 시립도서관이 마동도서관 하나뿐이었으나 영등도서관, 모현도서관, 부송도서관까지 벌써 4개로 늘어났고, 2015년에 새로 건립된 황등도서관까지 합하면 모두 5개의 시립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이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풀어보면 인구 6만 명당 하나의 도서관을 가진 셈이며, 60만 권의 책은 인구 한 명당 2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꼴이다.

`

익산시는 이런 물리적인 조건 외에도 독서마라톤, 독서릴레이, 독서동아리활동, 독서리더학교운영, 도서교환코너, 도서장터, 독서골든벨, 시민사서아카데미, 독서단체문학기행, 청소년독서캠프 등, 책과 관련하여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익산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41017일의 독서활성화 세미나에서 밝혀진 것은, 익산 시민 한 사람의 1년 평균 독서량이 12권이었다. 이 수치는 전국 평균인 20.8권에 크게 밑돌고 있다. 또한 학생들 역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익산시의 독서현황이라면 지금까지의 정책이 혹은 참여정신이 미흡하였던 것이라는 결론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떤 문제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이런 시점에 등장한 것이 바로책사랑작은도서관이었다. 시에서 불러 초청한 것도 아닌데 운영자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마치 익산시에 독서 열풍을 불어넣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말이다.

책사랑도서관에 가면 승용차 50여 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래서 언제 누가 방문을 하든지 전혀 부담이 없는 곳이다. 개인이 이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책사랑도서관은 그리 어렵지 않게 주차장을 마련하였다. 도서관의 울타리 옆으로 철도부지가 있어서 비까지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있는 곳이다.

 

시내 4차선 간선도로에서 혹은 동익산역에서 2분 정도만 들어가면 도착하는 조용한 마을 이뜨기에서, 넓은 주차장을 확보한 책사랑작은도서관은 지역 명물로 통한다. 이곳에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독서캠프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는 비가 오면 취소될 수도 있는 것에 비교하여 여름 독서캠프가 절정을 이룬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당보다도 더 넓게 펼쳐져있으며, 100평의 마당에서 캠프화이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불은 여름 모기를 쫓는 모깃불 역할을 하여 시골체험 현장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봄이면 파릇파릇 자라나는 새싹들로 생을 이야기하며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벼들이 꾸며낸 황금들판을 소재로 한 정취와, 겨울이면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와 그 위에 눈 덮인 까치밥 등 겨울대로의 멋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굳이 독서캠프가 아니어도 좋다. 그냥 부모와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룻밤을 야외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진정한 자식 교육이 아니겠는가. 내가 직접 밥을 지으며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인문학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원래 목적이 홍익인간이면, 독서는 그런 사람을 만드는 지름길이며, 인문학은 멈추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푸른 신호등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곳이라면 바로 아름다운 학습의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모를 기르기 위하여 볍씨를 고르지는 못한다하더라도 논에 모판이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며, 직접 모심기는 못하더라도 모내는 것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논고랑에 기어 다니는 우렁이는 친환경적인 요소로 생명에 대한 애착을 느낄 것이며, 잘 익은 벼는 풍요롭고 넉넉한 인심으로 배려와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꽃이 없는 순간에도 나팔꽃과 호박꽃은 보는 이를 사색에 잠기게 하며, 마당에 핀 패랭이는 앙증스러움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안겨 준다. 냇가의 창포는 심신의 수양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며,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 역시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이 꺾어주는 풀을 먹고 자라는 토끼는 동물 사랑과 환경 사랑을 느끼게 하며, 비록 한정된 공간이기는 하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자라는 지렁이는 자연 정화와 더불어 재활용이라는 검약 정신을 일깨워준다. 한편, 닭 대신 거위를 키우는 이곳에서는 세종 때 대제학을 지낸 옛 선비 윤회가 자신을 희생하여가면서까지 동물을 사랑하였던 마음을 배울 수 있으며, 물웅덩이에 사는 자라는 자신을 위해 남을 속이지 말라는 별주부전을 떠올린다.

 

일반 사람들이 며칠 전부터 날을 잡고 많은 짐을 챙긴 후, 차를 타고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씩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독서캠프장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행복을 제공하고도 남는다. 전국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진 도서관 내 독서캠프장은 두 군데가 있는데, 다들 익산만은 못하다. 게다가 그들은 지자체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 비교가 되지만, 실제로는 익산의 책사랑도서관이 훨씬 다양하며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하나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익산은 그런 지역에 비해 거주하는 인구가 적어서 찾는 사람도 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천후 주차장과 옥외 행사를 기상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독서관련 단체에서는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 하다.

 

봄이면 서릿발에 들뜬 보리밟기와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만져보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장구도 치고, 가을이면 누런 황금들판을 거닐며 메뚜기를 잡고, 겨울에 연날리기와 썰매를 탄다는 것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채워준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은 마음의 새로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자전거 산책길을 걷는 것도,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미지의 세계로 마음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간선 수로 제방 위 둑길을 걸으며 종이배를 물에 흘려보내는 것도 도심 도서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추억에 속한다. 원래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는 점을 그리고 치유의 근본이라는 것을 안다면 정말 축복받은 환경이다. 사람 역시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게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으며, 회귀본능이 있는 것이다.

주인이 사는 지붕 낮은 옛 집은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갖게 한다.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집 주인에게 고개를 숙여 절을 하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문지방을 넘어서면 바로 보이는 정면에 써 붙인 글귀는 다시 한 번 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것 또한 예절을 배우는 아주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책사랑도서관장은 전국사립도서관협회 이사와 전북지부장을 동시에 맡고 있어서, 여러 가지 독서관련 일 또는 도서관 관련 일로 연계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뜨기 시골 들녘 농촌 마을에 전국적인 손님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든다고 보면 되는 곳이다. 이곳 책사랑작은도서관에서는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독서치료 즉 독서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을 개설하여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익산을 찾도록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립작은도서관협회 관련 회의나 각종 세미나도 개최하여 조용한 시골마을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도록 거들기도 한다. 이것은 작은도서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캠프와 달리 계획적이고 의도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개인이 이처럼 외지인을 불러 모으는 행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익산시의 개인자격 홍보대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