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처
현진건 : 1900년 대구 출생으로 일본 도쿄 독일어학교를 거쳐 중국 상하이 외국어학교에서 공부하였다. 1920년 개벽에 ‘희생자’를 출품하였고, 1921년 ‘빈처’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이어 ‘운수 좋은 날’. ‘불’, ‘타락자’ 등을 계속하여 내놓아 김동인과 함께 단편소설의 선구자로 뽑힌다. 장편으로는 대표작을 ‘B사감과 러브레터’, ‘무영탑’, ‘흑치상지’ 로 손꼽을 수 있다.
제목이 바로 처(妻)가 빈약하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빈약함은 경제적 그리고 마음으로 숨겨진 상처라고 말할 수 있다. 아예 아내의 부모가 사시는 형편은 안국동에 살고 있어서 그래도 여유롭다. 저자는 형편이 내세울 것이 없어서, 아내의 가족의 도움을 받아 얻어서 근근이 살아왔다. 그 이후에도 저자는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빛내지 못하고 끼니를 이어갈 형편도 아니었다.
아내가 본가에서 얻어온 옷들이거니와 끼니를 연명하던 식량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얻어온 옷을 전당포에 맡기고 푼돈을 받아 땜하는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친척의 아내에게 줄 요량으로 산 양산을 들고 온 사람이 있었다. 그래도 허물없이 대하던 사람인데 양산이라는 것을 들고 와서 자랑하니, 아내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부러워하여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궁리가 없는 처지이니 심술이 나고,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니 심란하다. 이것이 바로 가정사에 끼어들어 가정싸움을 일으킨 셈이다.
아내는 현명한 남편을 믿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편도 마음으로는 아내를 언제든지 빨리 호강해준다는 각오였다. 호강은 아니더라도 사람의 기본 행위는 갖춰주어야 주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위로가 전부였다.
남편은 해욋물 먹었으나 남에게 자랑할 것이 없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빈천한 형편이니 바로 쓰잘데없는 해외 유학을 했다는 후회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드나들던 친척들이 돈이 많아 부유하더라도 마음은 아프고 자존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얼싸 안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럼! 나에게 위안을 주고 격려하는 천사가 바로 아내 당신이다! 아니에요, 얼마 안 되면 당신이 보란 듯이 유명한 작가가 될 것이에요.
이것이 빈처(貧妻)와 빈부(貧夫)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