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손창섭 : 1922년 평양 출생, 만주와 일본에 다니면서 고생하였으나 일본 니혼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중퇴하였다. 초등학교 교원과 잡지사에서 편집자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1952년 ‘공휴일’과 ‘사연기’를 발표하고 등단하였다. 이어 ‘혈서’, ‘잉여인간’을 내놓았으며, ‘신의 희작’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 일본으로 귀화하였으나 그 뒤에 대하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비 오는 날’이라는 작품이 1953년 ‘문예’에 발표되었다. 주인공인 정원구가 대학에 같이 다닌 친구 동욱이를 만났고, 그 여동생 동옥이도 만났다. 그러나 서로는 6.25전에부터 알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며 동욱이와는 초등학교와 대학까지 같이 공부한 사람이었다.
동욱이는 여동생 동옥이가 그려주는 그림을 팔아먹을 정도였다. 전쟁 통에 여동생만을 데리고 이남으로 넘어온 사람인데, 원래 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니 통역장교에 일하면 좋았을 뻔했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아 그런 기회를 넘보지 않고 현실을 체념한 상태였다.
정원구 역시 변변하지 못하고 겨우 호구를 해결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간혹 만나는 친구인 동욱이를 여겹게 생각하며 가끔 식사도 하고 술판을 곁들여 원망을 토로하면서 회포를 풀기도 하였다.
얼굴이 반반한 동생인 동옥이가 다리가 불편한 불구다. 원래 천성인 태생이 아니라 전쟁판에서 얻은 몸이었다. 게다가 남하한 사람들을 거둬들일 사람이 없으니, 폐가와 비슷한 판자집이나 귀한 집이나 회푸대 종이로 바른 장판을 깔고 사는 집이다. 다가 그것도 셋방에 사는 형편이다. 지붕에 구멍나서 비가 오면 빗방울이 들고 바람이 불면 유리 한 장 없는 깨진 창에서 바람이 불어든다.
이런 날에 비가 오면 그저 할 일도 없으니, 그것도 감지덕지라고 밥을 굶으면 그만이다. 비가 오면 어둡고 방아니 축축하면서 쾨쾨한 냄새가 난다. 그것이 바로 비가 오는 날의 대명사다. 그러니 마음은 어떨까.
작자 손창섭의 마음이 바로 비 오는 날 아침이었다. 전쟁 후에 겪어야 하는 형편이라서 부모 없고 쌩쌩한 형제도 없으니 막막하기만 마음이다. 여동생은 몸이 불편하니 거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짐이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현실이 먼저 찾아오는 비다.
정원구가 다시 찾아가보니 동욱이는 열흘 전에 집을 나갔으나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며, 동옥이는 3일전에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동옥이가 초상화를 그리면서 오빠인 동욱이가 일감을 얻어온 몫으로 분배하여 각자 차지하였었다.
행여 둘이 헤어지면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당상 한 푼이라도 번다면 보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돈을 집 주인에게 맡겼으나, 집 주인이 도망하면서 돈을 떼먹었고 그 참에 집을 팔고 도망간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힘든 동욱이와 동옥이 남매였다.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 하면서 궁리하였으나, 보여줄 대책이 없다. 그것이 바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쟁 후 한국의 현주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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