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에서 두 번 호출한 대통령
어느 날 저녁, ‘나홀로’는 비몽사몽 순간 핸드폰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시간이라면 ‘혹시!’ 다급한 사유가 있는지 열어보았다. 얼마나 급했던지 아무런 문자도 없이 사진뿐이었다. 이어서 다른 한 장을 또 보내왔다.
신혼이라서 둘이 찍은 사진은 당연, 두 번째 사진은 낯익은 사람과 함께여서 반가웠다. 배경은 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였고 칠흑을 밝히는 촛불도 사람만큼 보였다. 알았다! 그런데 뭐가 그리 바쁘냐고 짜증내려다가 ‘아! 잘했다. 빨리 들어가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일 출근해야하니...’라는 사족은 생략하였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어련하려니’ 라는 말은 사족에 끼지도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대통령에 얽힌 내용에 솔깃 한다. 모든 사람이 하루라도 아니면 한 시간이라도 대통령이 될 수 없기에 특별한 인연은 맞다. 그러나 사진의 제3 인물은 당시 대통령이 아니었는데 무슨 인연인가 의구심이 남는다.
3여 년이 지났다. 나는 고향에 살고 있는데 ‘감히 부모를 불러올리다니...’ 서울에 가야만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임신 중인데 입원할 정도니 와서 도와줘야 한다는 전갈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의 다 같은 심정이 들어 ‘어서 가봐야지’라는 응원도 받았다.
딸을 앞세워 병원 다니는 것이 주 임무였다. 그럼 사위는? 고위직도 아니라 갑작스런 인사이동으로 주말부부가 생겼고 내 몫으로 처졌다. 그것도 경찰이나 소방은 물론 직업군인을 떠나 특정업무라서 격지파견이 불가피하였다. 법에 주어진 휴가도 마음대로 챙기지 못하다니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이다.
그런데 딸은 출산예정일을 받고 고백하였다. 지난번 사진에는 악수하는 모습이 없었는데, 꿈속에서는 딸이 악수를 했단다. 현직 대통령인데... 누가 뺏어 갈까봐 함구이었을까? ‘그런 태몽을?’ 복권을 샀더라면...
다섯 째 공주가 터를 판 덕에 대를 이을 아들을 얻었고 애지중지 길러낸 가정에서, 결혼 6년차에 출산이라니... 그간 얼마나 많은 고생이 있었을까? 물어보나마나 모든 사람들이 증명하는 진실이다. 몽매 그리던 사위가 다시 복귀한 것은 파견 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절호다. ‘아! 정말...’ 이것이 기적 아니 로또였을 것이다. 복권을 샀더라면...
딸은 2020.02.03. 오전 7시경 분만실 갔다가 8시쯤 입원실로 돌아왔고, 9시가 되자 다시 분만실로 갔다.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10시를 지나 출산하였다. 그 사유는 단 하나, 쌍동이란다. 그럼 그렇지! 성별과 성격이 달라서 심한 입덧 후유증을 입원 보류하며 견뎌낸 결과다. 갓난이 아니라 시대가 변한 0세부동석, 분만실을 따로따로 가고 싶었겠지... 그 때 복권을 샀더라면... 돈과 생명을 바꿀 것인가! 또 진한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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