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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풍기의 위력

꿈꾸는 세상살이 2020. 10. 6. 14:01

손풍기의 위력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어느 날이었다. 같은 6월 하순이겠지만 어느 때든지 일정하지는 않다. 이때는 비도 없고 바람도 없는 평범한 날씨였다. 그러나 조석 간으로 기온차가 급변하고, 비가 오다가 땡볕이 나기도 하는 계절이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큰 집에 들어갔다. 회사 사람들이 방문해주었고 걱정과 근심으로 위로하였다. 내가 잘못했다면 회사는 일언반구도 없이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회사의 대표자는 2인자를 앞세웠으며 3인자 등등 외면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사이라 주소가 달랐지만 편하기는 했다. 직원들은 만나면 내 이야기를 화제로 삼았단다. 당연한 주제라고 믿었다.

어느 날 방문해온 사람들은 그냥 허탕을 치는 일이 허다했다. 일정 계획을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공지하지 않았고, 방문한다는 사전예고도 없었기에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다. 헛걸음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거센 바람을 넘어뜨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각자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현재 해야 할 업무와 당장 맞장 뜨는 불똥을 끄는 다급함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어떤 말이든 어떤 행동이든 바로 넘어주는 처지였다.

그 분이 하시는 말, ‘요즘 덥지? 나도 정말 덥더라. 거기도 진짜 덥지?’ 하셨다. 물어보나 당연한 답이 나간다. ‘덥지요. 요즘 무척 더워서 힘들어요!’ 했다. 그러자 거기도 에어컨 켰냐? 회사는 아직 에어컨 켜줄 온도가 안돼서 조금 기다려야 된단다!’ 하셨다. 회사는 절약을 위하여 조금 참아보자고 캠페인을 벌이면 만사오케이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진짜 어불성설이다. 그 시절에 큰 집에서 에어컨을 켰다고? 회사가 아직 켜주지 않았는데도? 캠페인을 어기면서도 마음대로 켤 정도의 위치인 사람이

내가 한동안 망설이다가 많은 걱정을 끼칠까 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요! 에어컨은 없어요말하자 그럼 어떻게 하냐? 이 더위에!’ 물어보셨다. 나는 또 걱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대신 선풍기를 줬어요말하니, ‘선풍기? 그것이라도 정말 다행이다답 하셨다. 나는 한술 떠서 보탰다. ‘! 선풍기는 한 사람당 하나씩 줘요말하자 순진한 그분은 ? 한 사람 당 하나씩 준다고? 전기요금은 어떻게 하고말 하시자 나는 좀 섬뜩해졌다.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순수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집이지만 방은 작고 모인 사람은 22명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선풍기를 22대는 물론 한 대라도 줄 리가 없다. 그래서 내가 위로성 발언을 하였다.

걱정마세요. 손풍기 22대가 자동입니다. 전기료는 한 푼도 안 들고요그랬더니, ‘손풍기? 처음 듣는다. 새로 나온 신제품이냐?’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실토했다.

신제품? 손풍기는 나도 처음 들었어요. 대물림받은 수동 손부채도 방에 4개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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