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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용두사미

꿈꾸는 세상살이 2021. 12. 30. 09:59

그리운 용두사미

 

올해는 신축년이다. 그러나 지금은 1230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엄연한 신축년이리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음력 덕분으로 생겨난 관습법이다. 음력으로는 아직 남았다는 말이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제라도 발분하여 유종의 미를 이루기 바라본다.

그런데 저무는 순간이라서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난 시간을 회고하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대로 미흡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기저기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그런대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올해를 반성하는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숱한 지난 세월을 살아보니, 정말로 올해는 순탄한 삶을 살았다고 여길 사람이 일반인에 속한다고 장담한다.

그래서 나는 올해 얼마나 순탄한 삶을 살아본 사람일까,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반대로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았을까 돌아본다.

 

많은 사람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각오를 다짐하는 일이 많다. 새해에는 건강을 위하여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 건강을 위하여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운동을 잘 해야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새해에 담배를 끊겠다고 포부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끊기 전에 우선 담배 피우는 숫자를 대폭 줄기겠다는 사람도 있다. 술도 그렇고, 노름 화투도 그렇고, 학생이 공부도 그렇고, 어른이 공부도 그렇고, 장가가겠다는 사람도 그렇고, 시집가겠다는 사람도 그렇게 목표를 세운다. 이것이 바로 좋은 일이다. 내가 하면 너도 할 수 있잖아! 너도 해봐, 새해를 맞아 새로운 결심이 좋은 것이다.

새해 다짐은 더 많이 담배를 피우겠다는 목표는 아니고, 술을 세 배쯤 더 많이 마시겠다는 목표도 아니고, 마약이나 음주운전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목표도 아니다. 새해니까 새날을 맞아 새로운 결심을 하겠다니 듣는 사람이 환영하고 응원하고 달성을 위해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새해 약속한 다짐을 그대로 지켜내기는 힘들다. 길에 떨어진 휴지처럼 그저 굴러온 다짐이 아니라서 나와 내가 약속한 다짐이다. 그러니 무조건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될 다짐이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나와 내가 한 약속을 마치 헌신짝 버린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바로 의지가 약한 사람, 마음이 여린 사람, 남에게 휘둘리는 사람은 용두사미로 남고 만다.

그렇지만 아침 일어나서 다시 꿈을 그리면 한해의 용두사미는 면한다. 3일마다 2일마다 나와 약속을 다짐하면서 노력하면 최소한 3일 중에 하루는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목표에 속한다.

누구나 경험한 새해맞이 단골 다짐, 잊을만하면 3일에 한 번씩 다짐하라는 것이 명언이다. 그런데 내년은 무슨 해일까. 내년도 분명히 새로운 해는 맞을 것이다. 새해 아침은 새로운 해가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내년을 흑범해란다. 시커먼 호랑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가 아는 호랑이 가죽이 검을까 털이 검을까. 착한 호랑이는 백호일까, 황호일까 흑호일까.

 

올해를 마치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벽두에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하였지만 2월부터 꼬이기 시작하였다. 3월에 과감히 떨쳐내어 일어섰으며, 4월에 갑자기 굴러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필코 부여안았고, 5월에 늦은 새해 다짐을 세웠다. 6월에 그 꿈을 이루었으며, 7월에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나타났으며, 8월은 한낮 더위에 밀려 엉거주춤하였으며, 9월에는 횡설수설 이런저런 꿈에도 나타나지 않은 일이 어수선하였다. 10월에는 그래도 이것저것 따지면 나는 행복했다고 자랑했으며, 11월에는 남에게 자랑했던 부러움이 역지사지로 돌아왔다. 12월엔 한쪽에서는 그런대로 평탄한 삶이었으나 한쪽에서는 매듭짓지 못하는 순간이 연달아 임무 교대하면서 등장하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생이다. 누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줄 것인가? 그것은 절대로 없다. 세상의 천하제일도 마찬가지다. 돈과 명예, 건강, , 희망도 다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지나는 생은 분명하다.

 

어떻든 지나는 생이지만 그래도 떳떳하고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달성하려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힘들지도 안다. 누구든지 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비정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비정상은 공정과 공평을 모르는 사람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며, 남의 공을 빼앗아 먹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닥치는 역경을 살펴보면 바로 우리가 잘못 살아온 결과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등장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문명을 앞세우고 코로나19를 쓸어내려고 노력하였으나 무조건 네 탓이라고 입만 벌리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싸여있다. 탈과 허울만 쓰고, 아니며 아니라고 반복만 씨부리는 인간들이 폭거 망동하는 세상이다. 2021년에 치르는 전 세계인의 축제를 2020년 올림픽이라니 얼마나 가당찮은 일이겠느냐. 이것도 인간의 생각으로 인간을 좌지우지한다는 날강도다. 그때 범이 내려온다고 했더니 그런 단어 하나에 감 놔라 배 놔라 억지를 부리는 것이 정당한가? 타당한가? 사람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노력하고 최소한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죽을 때 후회 없이 살았다고 내놓는 것이 도리인가 한다.

 

그래도 내가 빈 신께서는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 내년에는 임인년, 흑범을 내려 줄 테니 잘 해보라는 무언의 약속인 듯하다. 흑호는 본 적 없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올해를 거울삼아 곰곰 생각해보니 새해의 희망은 있을 것이다. 흑범을 맞아 흑범답게,

흑호를 이기려면 흑범을 알아야 한다. 백전백승(百戰百勝) 흑범을 넘어서려면 흑호를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범을 상대할 자는 용이지만 흑범을 쓰러뜨리기도 용 혼자서는 어렵다고 본다. 최소한 용 2마리와 흑범이 싸우는 용용호상박이다. 용 두 마리 아니 꼬리 2개가 달린 기이한 용이라야 상대할 어려운 흑범을 만나고 마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렵더라도 견뎌내고 극복하려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쉽게 덤비다가 해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지만 내년에는 흑범을 맞아 적절한 용두사미(龍頭四尾)를 찾아보자. 길에서 주운 동전 하나가 복권으로 통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인생살이가 그리 만만하겠느냐.

내 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말이다. 알아서 잘 해라. 철저한 계획과 벌어지는 현시점을 파악하고 실패가 없도록 미리 알아보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온 국민과 같은 꿈은 아니지만 나의 생각 나의 미래 나의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나아가면 이룰 것이다. 그것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누가 보아도 작지만 나의 타당한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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