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말이 있는가
투머로우 143호 2022.12.01.
12월이 되면 이미 늦었다. 독자가 생각할까 두려워 12월이 되기 전에 미리 생각해보는 단어가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4월에는 초파일, 그러니까 석탄절이 생각나지만 4월일지 5월일지를 따져 봐야 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추운 날, 함박눈이 내리는 날, 산타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시작하는 12월이다. 정말 그런 정도는 느낀다.
스크루지의 달갑지 않은 행동에 대한 경고도 단골 메뉴이다. 가난한 신혼부부가 상대에게 줄 선물을 만들기 위하여 금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샀고, 머리를 잘라 팔아 금시계에 어울리는 시계 줄을 샀다. 그 후에는 느끼는 것이 바로 감동이다.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말하더라도 듣고 들어도 감명받는 내용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반가운 선물이고 행복을 주고받는 마음의 진심이다. 누가 만든 영화인지 누가 쓴 소설인지 몰라도 그냥 좋은 내용이다.
독자들도 추운 12월이 오면 반드시 크리스마스를 생각해보라. 나는 지난 12월 22일 연하장을 보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어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축하 카드도 못 보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연하장을 보냈다. 아들의 자녀에게 각각 1장씩 보냈고, 딸의 자녀에게도 각각 1장씩 보냈다. 그 날이 바로 연말에 엄청 내린 폭설 마지막 날이었다. 인근 우체국에 찾아 갔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이 없어서 연하장이나 캐롤 카드로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눈발을 헤쳐서 중앙 우체국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전시해놓은 견본도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왜 이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안하다고는 못해도 그저 내놓지 못했으나 바로 찾아오겠다고 하더라. 그래도 바쁜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래서 가져온 샘플을 보고 선정했다. 자녀가 서로 같은 연하장을 받지 않도록 다르게 골랐다. 그후 한참 쓰고 보니 보낼 곳과 도착지를 알리는 우편번호를 쓸 칸은 없었다. 그러면 안 써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반드시 써야 된다는 대답이었다. 만약 화가 나서 안 썼다면 으레 늦게 갈 것이고 늦게 도착될 것이니 반드시 우편번호를 쓰라고 충고도 들었다. 어렵게 어렵게 주소 번지와 신도로의 번호를 찾아가면서 힘들게 썼다. 그리고 손주들에게 자녀들에게도 말은 안 했다. 미리 알고 있다가 도착하면 실망할 수도 있고 감정이 식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오늘 지금까지 도착했다는 반가운 연락도 없다. 아들네가 없어도 딸네가 있으면 반드시 연락이 올 것이다. 아들이 있는 시도는 춘천시이고 딸이 있는 시도는 춘천시이다. 그러니 들어가면 둘 다 들어갈 것이다. 만약 안 들어갔다면 둘 다 안 들어갔을 것이다. 오늘 1월 9일까지 답이 없는 것보니 분명히 연하장이 분실된 것이다. 아니면 사라질 것이다. 아니면 고의로 없앨 수도 있겠지. 그것은 아닐테고~
만약 내가 미리 연락해서 잔뜩 기대감만 주고 말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한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3살 쌍둥이와 5달, 6살짜리 연년생 어린이다. 내가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선경지명이었을까? 신의 한 수였을까? 어쩌면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대로의 행복찾기였나 보다. 연하장 골라잡고 산 증거로 얻은 영수증을 버린 것이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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