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산 미술관에서 / 한호철
2004년 10월 23일 토요일.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274번지 일대의 모산
예술 공원을 찾았다.
사실은 처음부터 예술 공원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고, 거문 석공장을 찾다보니 한울타리 안에 있는 이 미술관을
덤으로 찾게 되었다.
공원은 주로 하천부지에 있으며, 약 5만 여 평의 넓은 곳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보령 시내 쪽에서 보령
석탄박물관을 지나 직진하면 왼 쪽 천변에 자리한 곳이다.
이 모산 미술관은 산과 개천, 그리고 인공의 포장도로 등과 어우러져 생활 속의
예술을 가까이서 접하기에 부담감이 없는 곳으로, 거문 석공장의 사장께서 지원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조각품, 미술그림,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규모야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상설전시장이라는 것에 놀랍다. 그것도 산 속 마을 성주면 천변에서 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운영자의
희생적인 정성과 노력이 아니면 지속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미술관의 운영 이사장은 광산에서 돈을 벌고, 오석을 가공하여 돈을 번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는 이 미술관 운영에도 적잖이 지원을 하고 있다.
사람이 돈을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 있겠지만 그렇게 번 돈을 쓰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좋아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해서 하는 것이니 자신의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모양이었다.
석공장에는 사장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무실 책꽂이에는 예술서적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일면 반갑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미술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멋쩍은 면도 있었다.
같은 예술이라 하면서도 문학을 하는 나 역시, 처음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나선 것이니 닮은 점이 있었다. 그래서 친근감이 들었으나 오히려 나하고는 거리감이 드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문학은 미술과
같은 분야가 아니라서 전혀 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는 연유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나의 책을 전하면서 예술인의 긍지를 느껴본다.
공원을 따라 흐르는 내는 석공장과 미술관을 구분지어 놓고 그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러는 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감상해 본다.
그러면 나와 같이 흐르던 냇물은 벌써 저만치 흘러가 있다.
물이 흘러 간 것인지 시간이 흘러 간 것인지 알 수도 없다. 만약 말없이
흐르는 물을 찾고 싶으면 빨리 뛰어 가면 만날 수 있다. 그러면 거기에는 흘러간 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도 같이 가고 있다.
예술은 살아가는 것의 한 부분이다.
이미 나를 스쳐서 지나 간 세월이지만 예술을 통하여 그 세월을 되돌릴 수가 있다. 자연 속에서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흘러간 세월보다도 낚은 세월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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