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역 주행 오토바이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3. 15:36
 

역 주행 오토바이 / 한 호철


며칠 전에 길을 가다가 기분이 좋아졌던 일이 있었다. 마주 오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으므로, 하마터면 부딪칠 뻔하면서 교통의 흐름에 약간의 방해도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전거 전용도로로 가는 것도 아니었고, 차도에서 역 주행을 하기는 했어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가벼운 하얀 안전모를 쓰고 복장도 단정히 했고, 속도도 낮추고 주위를 경계하면서 천천히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오토바이도 값비싼 대형이 아니고 번호판도 없는 50cc짜리 소형이었다. 도로 주행 중 남을 배려하여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자신도 안전운행을 하여야 하지만 자기 편 한대로만 운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창밖에 버리는 것과 같다. 운전자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뒤따르는 운전자는 그 광경을 보면서 운전 중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사람도 비록 역 주행하기는 했어도, 길가로 갔기 때문에 신경은 덜 쓰였다. 거기다 비교적 안전하게 아주 느린 속도로 운행했고, 시키는 데로 헬멧도 쓰고 점잖게 하는 행동자체는 품위마저 있어 보여 좋았다.

  남이 시키는 일을 잘 한다는 것이 비교적 천한 일이고, 주관도 없고 못난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래서 반항하고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선구자적으로 잘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는 그와 반대로 규제 속에 아름다움이 있는 걸 알아야 한다.

  튀어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움을 알아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모습이 몇 년의 시간차를 두고 우리에게 발생되는데, 우리도 그 중의 좋은 점을 본 받아서 하루 속히 선진국으로 가야 되겠다. 모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중 좋은 점을 모방하는 것은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바쁜 국민이다.   200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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