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 한 호철
지난 4월에 목포를 찾았을 때는 따뜻한 봄날에다가 즐거운 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목표를 방문했을 때는 12월 한 겨울에 바람 불고 비까지 내리는 을씨년스런 날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방학인지라 모두 같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선 목포하면 떠오르는 것이 항구도시, 유달산, 노적봉, 이 난영 시비, 목포역 등이 있다. 최근에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종점으로 좀더 가깝게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불공단이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서남해안의 중추도시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서운한 것은 너무나 한쪽에 치우쳐 있어서 사통팔달의 편리성이 떨어지고, 업무의 중추적 역할을 자임하기에는 어딘지 약간 부족한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역으로 생각하면 태평양으로 가는 길목의 도시로 아주 적합한 곳이다. 옛날 장 보고가 살던 곳이 바로 여기 아니던가. 이런 목포는 모든 사람이 가족 같고, 외부와 뒤섞여 있지 않아 어지럽지 않아도 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해해 줄만한 정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를 외지인이 들여다본다면 지적 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우선 도로의 이정표가 그렇고 교통질서가 그렇다. 이정표는 모름지기 길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고 찾아 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고, 교통질서는 정해진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남의 시간을 빼앗고 기다리게 하거나, 남의 기분을 망치게 한다. 도로 표지판 설치비용이 조금 더 소요되더라도 보기 좋고 찾기 쉬운 표지판이 된다면, 왠지 모르게 그냥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로의 교통질서는 각 도시마다 특색이 있으나 그 특색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된다. 예를 들면 어느 도시는 차로 간에 끼어들기를 잘하고, 어느 도시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위험스럽게 튀어나오기를 잘하고, 어느 도시는 버스나 택시가 편도 2차선에서 2개 차로를 모두 막고 정차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번 목포 여행에서는 즐거운 감정을 갖지 못했었다. 나 혼자서 즐겁고 즐겁지 않다고 해보아도, 목포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는 크게 변할 것이 없겠지만, 외지에서 찾아가는 손님들이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런 마음들을 갖게된다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항구도시, 정다운 목포의 명성이 흐려질까 두렵다. 아니, 혹시 내가 사는 지역은 어떤지.. 항상 같이 지내다보니 감각이 무뎌진 건 아닌지 주의해서 살펴 볼 일이다.
이것은 차량의 안내뿐이 아닌 인생의 이정표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된다. 200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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