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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의 기초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4:14
 

국가 경쟁력의 기초 /  한 호철


 정부에서 농가의 부채를 경감시켜준 적이 있다.  물론 여러 절차를 거쳐 까다롭게 심사한 후 공평하게 실시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 당시의 많은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농사를 지었는데 결국은 먹고살기는커녕 빚더미에 앉았다고들 했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고  열심히 일한 보상의 결과가 너무나 어긋나므로, 농촌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국가적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조금 더 파헤쳐 보면 더 냉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의 상황을 고려하여 그때 그때마다 변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 내용을 종합하여 잘 이끌어야하는 것이 국가의 몫이고, 그것들을 잘 선택하는 것이 최종 집행자인 국민의 몫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이 확산되고,  우루과이라운드,  그린라운드 등 여러 조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때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라고 어떤 지시를 해줄 수도 없으며,  최종선택은 국민 자신이 택해야 할 일인 것이다.  요즈음 같으면 국가의 중점 전략사업이 전자반도체 분야이고,  활성화 사업이 자동차 사업이라고 하여 모든 기업들이 이 두 가지 업종에만 참여하여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국가도 그렇게 하라고 타 업종의 회사 대표자에게 말할 수 없으며,  반대로 벤처 회사의 대표도 국가에게 내가 이 두 가지 업종에 참여하는 것이 옳으냐고 물어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택한 업종에서 갑자기 석유화학 제품군이나 군수산업 분야로 국가 전략 사업군이 바뀌고, 그 결과 수출이 줄었다고 해서 반도체에 투자한 비용을 무상 지원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기업은 냉정한 경쟁의 논리에서 있고,  농어업은 경쟁보다는 상부상조의 논리가 더 우선이라고 한다면 어딘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예부터 소규모 영세 집약적 농업의 저 수익성,  고령화된 노동인력,  당시의 비교적 저 학력 층으로 구성되어 냉엄한 국제 시장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거기다가 어느 것보다 중요한 먹고사는 식량의 생산을 책임지며, 유사시에는 한 나라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할 부문으로서, 아파도 같이 가져가야 할 우리의 화병과도 같은 한국의 문화 중 일부 일 것이다.  거기다가 최종 판단이야 국민들이 하겠지만 국가의 정책을 믿고 따른 결과로 얻은 내용이라면, 농어가 부채를 경감시켜 주는 것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희망사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소지도 있으니 일부 배짱 소비자의 행태일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소득을 가지고도 각기 다른 소비하므로써 부채가 발생한 경우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한 경우에 비하여 부채의 경감자체가 불공평한 처사로 된다.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나라의 국민들이 이 정도의 소비는 해가면서,  이 정도의 문화생활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다가 생긴 부채도 있다. 이러한 부채를 신품종 개발과 환경개선,  공정개선에 투자하다가 생긴 부채와 구별해 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안 계시지만 선친께서도 논에서 심은 대로 거두는 것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얻은 이익금은 반드시 얼마를 남겨 놓고 사용했으며, 빚을 얻어 써야 될 때는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했었다. 

 그 이유는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같은 마을의 이장에게 믿고 맡긴 도장 때문에, 쳐다보지도 못한 생 빚을 갚아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빚 보증도 절대 사절이며,  없으면 차라리 굶는 것을 먼저 생각했고,  대신 빌려 줄 경우는 받지 못할 경우까지 생각하곤 했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생각할 때, 남의 돈 빌려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쓰고 싶은 것 다 쓴 사람에게 그 부채를 경감시켜주는 것은 사치의 일종일 것이다.

 지금 도시에서는 금융기관의 가계 빚 때문에 개인파산 신고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직은 적은 숫자이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일부는 단기간에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지금부터 자신의 소비를 줄이고 노력하면 서서히 빚을 갚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힘들게 소비를 축소해 가면서 자신의 빚을 갚는 것 보다, 소비를 그대로 두고 약간의 제재를 당하는 파산을 택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파산의 경우는 정부가 대신 빚을 갚아 주는 제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담을 완화해 주는 면이 있는 것에 반해 개인의 행사권리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  어쨌든 이것 역시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 자체는 불행한 일이다. 내가 부채 경감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며, 온 국민의 결단이 어느 한쪽을 원하더라도 그 것은 건전한 쪽으로 가야한다고 믿는 편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선택한 과정으로 빚어진 결과는 자신의 몫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술 더 보태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 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우루과이라운드로 식량이 수입개방 된다고 해도,  값싼 외국산 식량과 경쟁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계 영농화를 기본으로 하고,  대단위 과학 영농으로 생산비를 줄이고,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며, 농업 노동인력을 타 산업으로 분산하여 적절한 대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  등이다.  값싼 중국산 마늘이 밀려온다고 해서,  농민들에게 이제 값싼 수입품 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된다고 외쳐대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해도 돌아올 대답은 먹고살기 힘드니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행조건을 농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그 나라의 조건과 우리나라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10배의 가격대인 국산 마늘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마늘 재배 면적의 20배에 해당하는 농경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한다든지,  마늘 농가 숫자를 10분의 1로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여야 맞을 것이다.  그나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면 값싼 수입품을 2차, 3차 가공하여 역수출하는 것도 국가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다.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농민과 국가,  기업과 국가,  국민과 국가가 같은 방향이면서도 해야할 몫은 분명히 다르다.  기업이나 농민에게만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지말고, 각기 맡은 위치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결국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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