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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윤리와 성품윤리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4:16
 

성격윤리와 성품윤리 / 한 호철


  올 2002년도 말에 미국 월가의 기업들은 상여금이 대폭 줄어들거나, 거의 지급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 2000년도의 증시가 활황이던 때는 금융기관의 사장 급이 150만~ 175만 달러의 성과급을 받은 것에 비교하면, 올해는 그때의 6분의 1수준인 25만~35만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1월부터 6월 사이에 2002년도 회계를 마친 401개 회사의 CEO중 35.7%는 보너스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6개월 간 전체 증권사 인력의 8%인 6만1,000명이 실직하는 등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원 중 하급자들은 아예 보너스 구경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금융업이 불황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된 데 주원인이 있다.  예를 들면 메릴린치 증권의 2명과, 살로먼스 미스바니증권의 애널리스트 1명이 기술주 거품현상을 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야후, 아마존 등 인터넷 기술주는 고점 대비 8,90%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매수로 추천하여 장기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또 친분 있는 사람에게는 특정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기술주를 사지 말라고 조언하면서도,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계속 매수를 추천하여 손해를 준 일도 있다.  거기다가 월드컴 등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해 파산직전까지 간 통신 업체주에 대하여 매수의견을 유지하므로 써, 투자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들은 성과급을 충분히 챙긴 예이다.  실제로 36세의 애널리스트는 수천 만 달러의 성과급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이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투자자에게 상황을 분석 설명하여 적절한 판단을 유도해 내는 것인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회사에서 얻을 성과급과 개인의 안위 영달을 목적으로 행동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전체의 편익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앞세웠다는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에서 이런 일들은 가끔씩 일어났다.  1965년부터 S&P 500개 기업의 연평균 신장률 11%보다 훨씬 높은 22.6% 성장이라는 수치로, 주주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버그셔 해서웨이라는 회사의 회장 워런 버핏에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평소에 투명경영을 강조하던 그였지만, 부인과 아들이 같은 회사의 이사로 일하면서 최고 경영자를 견제하는 이사회 기능이 약화되었다. 그러자 투명성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주총에서 반대표가 1만 7,000표나 나온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 미국 경제를 흔들고 있고, 보이는 윤리를 강조한 단기 성과에 집착한 CEO는 비난받고 있다.  경영이 잘못되어도 그 책임을 종업원들에게만 묻고, 오히려 CEO는 보상을 받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1만 7,400명을 해고한 메릴린치의 CEO는 4,200만 불의 연봉을 그대로 다 받으며,  1억 1,000만 불의 스톡옵션도 유지했다.  2001년도에 170억 달러를 손실한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역시 5만6,000명을 감원하면서, 헨리새크드 회장은 2,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거기다 4,500만 달러의 회사 전용 골프장을 건설했다.  시티그룹도 7,600명을 감원하면서 샌포드웨일 회장은 4,600만 달러의 연봉을 다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2001년도 뉴욕 시에서 2,500명 이상을 줄인 20개 기업 CEO 들의 평균 연봉은, 일반 봉급 생활자 평균 연봉 4만 6,000달러의 668배에 달하는 집계가 나왔다.

 우리가 보기에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미국의 경영은, 우리와 다른 철학을 가진데서 비롯된다.  최고 경영자의 보수가 자신들의 가치와 능력을 대변한다는 사고에 빠지면서, 경쟁적으로 단기에 성과를 내야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미국기업의 20년 역사에 있어 CEO들의 보수는 평균 40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일반 노동자들의 보수는 2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플라톤이 주장한 `국가'론에서는 지도자가 받는 보수는 서민의 것에 비하여 4배 이하로 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리 계속되는 CEO의 독주로 이어진다.

이것은 미국 CEO들이 갖는 권한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며,  경영권을 독점하여 경영정보의 독점, 의사결정과 집행권의 독점,  견제장치의 부재로 도덕적 해이 발생환경 조성 등으로 연출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CEO의 독재가 기업과 투자자들 우선 주의보다, CEO 자신의 성과를 높이는데 사용되므로 써 미국식 경영에 의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최근에는 제임스 모건,  로이번 마크,  제임스 시너걸 등과 같은 숨은 참 일꾼 CEO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류에 편승하여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그를 집중 조명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소 같은 존재로, 두부 같은 영양가를 제공하는 CEO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CEO들은 대개 근면하며, 자신보다는 남을 인정하고 칭찬할 줄 아는 경영자들이다.  이런 CEO들은 겉치레 윤리강조 보다는 성품윤리를 강조하는 경영자들이다.  링컨이 소년시절 빌려온 책이 비에 젖자, 수십 리 길을 걸어가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빈 것은 성품윤리의 한 예 이다. 반대로 서부 개척시대에 아무리 1:1의 정당한 싸움이라 해도 싸워서 이기면 곧 부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성격윤리 즉 겉치레 윤리의 대명사이다.  미국 건국 후 150년 간은 성품윤리가 강조되었지만, 최근 50년 간에는 성격윤리의 비중이 컸었다.  그래서 강력한 지도력과 단기 성과가 그의 업적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만약에 성품윤리가 다시 사회의 주류를 이룬다면 손가락질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잭 웰치가 GE에서 41년 간 근무하면서, 21년 간이나 회장을 역임했다.  그 과정에서 GE는 많은 성장을 했고,  미국의 대표기업이 되었다.  이 잭웰치가 퇴직하면서 받은 여러 특혜가 너무 과도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그 후 계약서를 재 작성하면서 전직 CEO들이받았던 것과 유사한 종류의 특전을 받는 것으로 조건을 낮추었다.  그렇다고 해도 잭 웰치가 받는 특혜는 무척 큰 것이지만 투자자나 여론을 인식한 후 조건을 낮추는 것은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성격윤리와 성품윤리 중 그래도 진리는 성품윤리쪽에 약간은 더 가까이 있는 듯 하다.  하는 일에 모두 만족스런 결과가 필요하지만, 좋은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다시 성품윤리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짧은 역사의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것은 청교도적인 신앙심,  그리고 희생과 봉사로 뭉쳐진 우월주의,  거기에다가 성품윤리가 작용한 것은 누구나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선진국의 기법을 도입하면서도,  예전부터 우리가 중요시하던 성품윤리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종 승자는 성격윤리 보다는 성품윤리 쪽에 가깝다고 본다.   2002.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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