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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7:47
 

아니면 말고 /              

                                 한 호철

 공동생활을 하면서 공동의 재산을 자기 것처럼 아끼는 사람은, 진정으로 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절약하고 꼭 필요한 것만 행하는 사람으로서, 본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행동도 겉으로만 평하지 말고, 그 내막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냐면 공동의 재산은 단 한 사람의 재산이 아니고 공동의 소유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필요한 때에 같이 사용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다만 판단하기 곤란한때에는, 보다 상급자가 좀 편리하게 활용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전혀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공동의 재산을 개인 소유화하여 개인 것처럼 아껴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은 그 재산을 사용할 기회가 제한되기도 한다.

 얼마 전 경유를 사용하는 공동의 재산 즉 회사소유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당시 겨울인데도 경유 사용 디젤차량에 충분한 예열도 가하지 않고 바로 시동을 걸었다.  약간의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예열을 한 후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당연한 것을 모를리가 없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시동이 불안전하므로 연료 공급장치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이른바 초크를 당겨 주는 방식을 보조 수단으로 채택하기도 하건만, 이 사람은 그런 기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시동이 단번에 걸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셀 모터가 망가질 정도의 몇 차례 시도가 있은 후 자연적으로 예열이 되자 겨우 시동이 걸렸다.  그러자 때는 이때다 하고 시동이 꺼질까봐, 액셀레이터를 거푸 세게 밟아 검은 매연을 뿜어 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공동의 재산인 회사차량을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기에 차가 이 모양이냐고 했다.  관리팀에서 차량관리를 맡고 있는데 회사차량은 자기 차가 아니라서, 시동이 걸리든 말든 아무렇게나 방치한 결과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투였다.  그 자리에는 공장의 최고 책임자가 있었고,  중견간부들도 여러 명이 있었는데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일장 연설을 할 수도 없고, 차량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지 그 사람을 남 앞에서 욕하는 것 같아 그만 두었었다.  그래도 그 사람은 회사의 업무상 회사차량을 운전하며 일보는 것을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여러 사람이 타는 차량관리는 차량관리 전담요원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전날 운행을 하고 나면 정비할 시간은커녕, 차가 몇 시에 되돌아 왔는지 확인도 하기 전에 다시 타고 나가는 상황에서,  일반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차량을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면 그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차량을 운전하고 갔다온 사람이 차량을 반납하면서 반드시 차량의 이상유무를 설명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형식적으로 이상 없다고 말할 뿐,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은 불과 한 달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마지못해 차량 열쇠는 반납을 하지만, 간식거리로 먹은 빵 봉지나 아이스크림 막대기, 과자봉지, 음료수 병은 치우지도 않고 그냥 버려 두기 일쑤였다.   그러면 뒤에 타는 어떤 사람은 기분 나쁜 투로, 제발 세차도 하고 자기 차처럼 관리 좀 하라고 한다.  그 역시 맞는 말로 차량관리를 맡고있는 관리팀원들은 그것에도 변명할 말이 없다.  자기들은 1주일에 한 번이나 열흘에 한 번 타니까 그런 소리를 할 만도 하고,  자기가 어지럽힌 쓰레기조차도 어쩌다 한 번이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러면 관리팀이 알아서 자기대신 당연히 청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그런데 세상은 공평한 것으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들은 꼭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런 사람들은 운전 습관 역시 자기 중심이라서 변속도 제멋대로,  가속도 제멋 대로다.  그러면 차가 정상적인 운행을 할 수도 없거니와, 수명 역시 짧아져서 다른 사람까지도 피해를 당하고 만다.  또 대게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런 말을 골라서 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위의 예처럼 관리팀은 차량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면 관리팀은 일을 개판으로 하고 있고,  자신은 일을 정도에 맞게 하고 있다는 어투가 되고 만다.  그런 사람들의 말투는 단언하건대 반드시 자기 위주의 발언으로 계속된다.  그러니 우리는 남을 흉보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그 진위를 따져보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경우 자가차량 운행이라고 하여, 개인소유 차량을 업무용으로 등록해 놓고, 개인차를 업무시에 사용하면 적절한 비용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회사소유 차량을 타고 가지 않고, 개인차량을 타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불행히 사고가 발생해도 적절한 보상을 해주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위의 예에 나온 사람들은 업무용으로는 개인차를 전혀 타지 않고 출퇴근 시에만 사용한다. 그래서 업무용 회사차량은 항상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차량을 정비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면서 회사차량이 없으면 회사 일을 볼 수가 없다는 식으로, 자기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데도 괜히 관리팀이 회사일 못하게 하는 사람처럼 몰아 부친다.

 얼마나 유치한 사고방식인가.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그런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더 이상 참다못해, 사규에는 업무용 차량의 경우 개인차량을 우선활용하고, 부득이한 경우만 회사소유의 차량을 사용하는 순서로 되어 있다고 설명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 관리팀 직원들이 회사차량을 타고 업무를 보러 외근할 때면 또 트집을 잡는다.  왜 관리팀은 업무 시에 개인차량을 먼저 활용하지 않고, 회사차량을 우선 순위로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런 소리를 들을 때 참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근을 다니는 관리팀 직원에게는 회사소유 차량을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에서 업무용 차량을 구입하는 원래 목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보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자기에게는 개인차를 우선해서 타라고 해놓고, 관리팀은 왜 회사소유 차량을 우선해서 타느냐는 그러한 시비성임을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여기에도 콩이니 팥이니 설명을 할 수도 없고,  사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허허 웃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지 않아서 융통성이 없다고 말하며,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한다.  인간관계가 원만한 것은 공동의 재산을 흥청망청 써도 아무 말하지 않고,  여름에 덥다고 하면 시원해질 때까지 차갑게 에어컨 틀어주고,  겨울에 조금만 추워도 오냐오냐하면서 따뜻해 질 때까지 보일러를 틀어주고,  맞장구 치며 같이 웃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해서 좋다고 하면 좋고,  옳은 일로 해서 비판 대상자가 되어도 인간관계의 결과라고 표현한다.  그러니 누가 남 듣기 좋게 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당신 돈 쓰는 것도 아닌데 오늘 같은 날 확 기분 풀어 주고,  활력소를 넣어보자’고 하는 말도 우리가 자주 듣는다.  그러면 활력소라는 것이 어디 있어 손에 잡히는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해주면 꼭 활력소가 생기기는 하는 것인가. 그러면 혹자는 그 정도 투자로 활력소가 생긴다면 누군들 그 정도 투자하지 못하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쓰고 참으며 기다려야 하는데,  돈 조금 썼다고 모두 그에 맞게 몇 배의 이익을 반대급부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반대다.

그 활력소라는 것은 술 마시고 흥청망청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몸만 축나고 피로해서 일을 더 못하게 된다.  일을 잘하는 것은 차라리 몸을 적당히 쉬고 충분한 마음가짐을 다지므로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활력소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회사소유 차량의 열쇠를 잃어버리고 며칠째 찾지 못한 적이 있었다.  관리팀은 차량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당연했다.  자율관리를 하는 차량열쇠 보관함에도 없고, 차량에도 꽂혀있지 않고,  경비실에도 보관되어 있지 않았다.  우선 급한대로 비상용 보관열쇠로 장거리 운행을 내보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날 마지막 운행자가 타고 갔다 온 뒤 차는 자동적으로 반납되었는데,  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집으로 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음날은 아예 그런 사실조차 깜빡 잊어버리고, 제 할 일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에도 똑 같은 현상이 몇 번이나 발생했었다. 물론 단단히 당부를 하고 주의를 주어도 그 때 뿐이다.  왜 차량을 보관 지정위치에 두지 않았느냐고 물어도 그런 제도가 있었느냐고 하면 그만이고,  지정차량 번호를 써 붙여 놓은 것을 왜 모르느냐고 해도, 못 보았다고 하면 그뿐이다.  이런 것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 번은 차량을 반납 받은 후 24시간은 차량 사용신청자가 없었다.  다음 다음날에 차량을 점검하기 위하여 열쇠를 찾으니 또 찾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을 찾다가 설마 하면서도 더 이상 열쇠 찾을 길이 없어, 다시 마지막 운행자에게 왜 열쇠를 반납하지 않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해 보았다.  그 결과 답변은 걸작이었다.  아직 그 차안에 있는 물품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짐을 다 내린 후 열쇠를 반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차량이 회사에 도착한지 48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그 차량의 짐은 차량복귀 5일 후 결국 답답한 관리팀에서 내렸었다.  이러한 일 들은 가끔 일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주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작은 일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회사의 큰일에 가려지지만,  항상 자신이 하는 일로 타인에게 끼치는 관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행하는  일에는 항상 원칙을 지켜야  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많이,  그리고 자주 일어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일들이 통하고 먹혀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항상 자신들 뒤처리만 해주고,  고생하면서도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전폭적으로 지원해도 받는 사람들이 고마움을 모르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한다면,  지원하는 사람들은 일에 보람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고 군림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관리란 정해진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하여야 하는 일상관리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반하여 특별 관리는 글자 그대로 어느 부분에 국한된 일정분야에만 적용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모든 업무가 다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남을 돕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은 더욱 분발하여 다른 사람들이 성공적인 업무를 행하는데 한 알의 밀이 되어 주길 바란다.  밀이 희생되지 않고 밀로써 남아 있으면 다음해에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한 톨의 밀에서 싹이 트면 자신은 스스로 영양분이 된다는 것은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이다.  2002.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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