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 한 호철
4월 11일 제주의 한 호텔에서 신혼 여행 온 부부가 아침에 해장국을 먹었는데, 그 속에 자연산 진주가 1개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몇 십 년에 한 번 일어나는 글자 그대로 자연산 진주조개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요즈음 과학의 기술이 발달되어 거의 모든 것을 자연에 가깝게 인공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는데, 그 수량은 만들어 내고 싶은 만큼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연산이 귀하고 값이 비싸게 거래된다. 가공, 인공, 인조, 양식, 재배 등의 방법으로 자연산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번에 먹은 국은 콩나물 조개 해장국이었고, 이 식사는 1인분에 17,000원 이라고 했다. 해장국치고는 비싼 해장국이지만 국내 특급호텔 식사메뉴 치고는 저렴한 메뉴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메뉴를 택한 사람 모두가 귀한 자연산 진주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아무 재료나 사용한다고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번 국은 서해안에서 잡은 홍합과 남해안 지역의 모시조개를 넣고 끓인 것이었고, 그 중에서도 딱 한사람만 발견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국 속에 진주가 없어서 찾지 못한 것이다. 그 정도 진주는 기껏해야 수만 원에서 아무리 좋아도 수십만 원인데 사람들은 관대했다. 그 다음 날부터 해장국을 찾는 손님이 2배에 달하는 등, 음식 관리 잘못한 벌치고는 아주 색다른 상상하지 못한 벌이 주어진 것이다. 해장국 속에서 먹지 못하는 단단한 이물질이 나왔다는 질타와 손해배상 보다는, 음식도 먹고 횡재도 할 수 있다는 권유의 뜻마저 전해졌다. 반대로 싸구려 음식점에서 물 잔 속의 씹어 먹을 수 있는 곤충을 발견했을 때와는 너무도 달라,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다.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 중에 국내에서 단 한 업체와만 경쟁하는 품목이 있다. 상대 업체가 먼저 국산화하고 생산하여 시장을 독식하던 참에, 우리가 후발 주자로 참여하여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투자를 하고 지원한 결과 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고, 드디어 선발 업체를 제치고 업계 선두가 되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게 되었다. 약 5년 동안의 결과치고는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되며, 그 관계자들에게 칭찬도 하고 싶다. 그런데도 작년 매출에서는 그 상대 업체가 우리보다 많았다고 해서 또 한번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업체는 호텔 투숙객의 객실료로 승부하는 것 보다, 예의 해장국의 매출이 많아서 전체적인 규모로 우리를 앞질렀다면 우리는 가히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닌 것 같다. 호텔은 역시 투숙객 수와 객실료 수입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고, 해장국을 많이 팔아서 수익을 올리려면 호텔보다는 유명한 식당으로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고 위로해 본다. 그러나 완제품 판매에서 앞선다고 하면서도 총 매출에서 뒤진다면, 그것은 어딘지 맥이 빠지는 감이 든다. 우리가 조사한 자료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발표한 자료가 잘못된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국 속의 진주 같은 전환 방법은 없을까?
이번에 개발한 제품중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물만을 써서 자동차를 세차하는 제품이 있다. 이른바 이온수 세차 방식이다. 처음 국내에 공기방울 세탁기가 탄생했을 때 참 신기했었는데, 이제는 자동차의 세차에도 이러한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고 전보다 제품가격이 훨씬 비싼 것도 아니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별로다. 샴푸나 린스를 사용하면 시각적으로 세척이 잘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이온수로 세척을 하면 몇 푼 안 되는 세제비를 아끼려고 그냥 물로만 세차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세차기 속에 인공 진주를 하나 넣으면 두 배 이상으로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 진주가 값비싼 승용차의 앞 유리와 부딪쳐 유리가 깨졌을 때 차 주인은 좋아할까? 아니면 세정제 없는 물만을 사용하므로 그 물 속에 양식 장어라도 한 마리 넣어 배달하면 될까하는 전략을 구상해 본다. 지금은 사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 한 때이다. 2002.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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