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장 분석 / 한 호철
요즘은 세계화는 기본이며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세계 각 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때에는 글로벌화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것을 상품화하여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매직컴이라는 회사도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잘 알려진 회사다. 1979년 설립되어 얼마 전까지도 국내 대기업 가전 기기업체에 OEM 납품하다가,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에 주력하게 되었다. 첫 시장은 우리와 같은 식생활 문화권이며 주재료가 비슷한 인도네시아였으나, 지금은 동남아의 쌀 문화권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인도네시아의 밥통시장 점유율 60% 자체도 대단한 것이지만, 항상 더운 나라에서의 보온밥통 판매는 점유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밥 때가 되면 매번 조금씩 밥을 해먹고, 너무 더우니 보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 보온 밥통을 팔겠다는 발상이 변화였었다. 더구나 이미 형성된 기존 시장흐름을 깨고 한국산 제품을 내세운, 그 과정이 노력의 결실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2002년 6월 6일 35℃를 기록했던 날,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 주변에서 `한국공원'의 준공식을 가졌다. 위 매직컴에서 기부한 돈으로 1,600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한 것에 불과했지만, 인니의 교육부차관, 대학총장, 주 인니 한국대사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었는데, 그 만큼 인니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는 결론이 선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필요 없을 것 같은 보온 밥통을 판매하고, 여성 혼수품목 희망 1위를 차지했으니 남다른 고생이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그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지화는 공장을 현지에 세우고 종업원을 현지인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하지만 거기에 덧붙일 것은 위와 같이 현지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이다. 약간의 돈을 써서 민심을 사고 호감을 갖게 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 지역의 정부가 원하는 것, 그 지역의 주민들이 원하는 것, 그 나라의 국민 개인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그때에 필요한 것은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소비시장을 개척할 때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첫 번째로 해결해 주어야 하며, 그 다음에 상황에 따라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지방이나 국가에 투자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때도 정부나 국민들의 바램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한창 교육열이 불붙은 곳에 카지노사업 같은 관광 사업장을 개설한다든지, 환경보전 운동이 한창인 곳에서 고용을 창출한다고, 특히 농약제조나 암을 유발하는 성분을 함유한 화학 약품공장을 세우는 것 등은 성공할 수 없다. 이제 매직컴은 본격적으로 사회 환원사업도 검토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현지화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이러한 행동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면 좋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래 기부 목적인 그 곳 사람들을 위하는 취지에 합당하면 이미 목적달성은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답은 `팔리는 물건을 팔아라‘ 라고 오히려 간단히 말할 수 있다.
한국 암웨이가 2001년도 각 국의 암웨이 판매 실적 중 3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미국, 일본에 이은 것인데 어느 일정기간 동안은 최고를 기록한 적도 많다. 다국적 기업의 본사 경영방침은 표준화 경영이지만 한국에서의 경영방침은 현지화를 꼽을 정도로 차별화 된 결과였다. 현지 환경변화에 따라 직업의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민 들에게 부업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아예 전업을 권하는 방식의 판매 확대가 주효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자판기 사업분야가 확대되는 것에 착안하여 한국 필스버리사가 옥수수제품을 캔으로 선보인 것도 좋은 예이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철저한 현지조사를 거쳐 당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고, 금명간 필요로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지를 파악하여 상품화, 전략화 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TFT 평면TV가 국내 업체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이 제품을 일본의 각 가정에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일본의 가정은 전통적으로 협소하게 사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고, 가정 문화로까지 형성되어 있어서 대형 텔레비전을 설치할 벽면의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설혹 설치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보기에 적합한 시계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커야 20″정도이고 보통은 14″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옆집에 소음을 주어 이웃 간 불화를 일으키는 것을 무척 자제하여, 가전제품 역시 저소음 설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생활 습관들을 이해하여야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잠재고객은 많으나 현금부족으로 중고 건설기계를 구입하는 건설업체에가 대다수인데, 대우기계가 이들에게 외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통상적인 돈 떼일 우려를 제도적으로 해소한 뒤였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는 중국내 외상거래 시장에서, 이러한 안전장치를 찾아내는 것은 철저한 현지 분석만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 현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 현장 분석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며, 그로 인해 회사가 안을 수도 있는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리 회사도 오늘 창립 기념일을 맞아 철저한 현장 분석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2002.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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