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독을 수리하자 / 한 호철
익산 영등동에 국내 유일의 귀금속 보석가공 공업단지가 있다.
이 곳에서는 92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1,600여 명의 기능인들이 갈고 닦은 기술로 보석을 가공하여, 연간 6,000만 불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공한 보석은 같은 단지 내에 있는 동양 최대의 보석 단일 백화점에서 저렴하게 판매도 한다. 국내 유일의 보석 테마 축제가 있어, 그 기간동안은 전 품목에 20% 할인율을 적용하여 판매하기도 하고, 옛 마한의 중심지였던 익산의 문화와, 선조로부터 이어온 우리 민족의 빼어난 백제의 세공기술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약 13㎞의 거리인 익산시 왕궁면 동용리에는 보석 박물관이 있다. 이 보석박물관은 2002년 5월 15일에 개관하였는데,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박물관 본관과, 테마공원의 화석전시관 등으로 나뉘고, 약 11만5천여 점의 기증보석과, 익산시가 직접 구매한 1,500여 점의 보석을 전시하고 있다.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시내에서 다소 이격 된 듯한 느낌으로, 야외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단체로부터, 230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효과가 적은 사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밑 빠진 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보석박물관은 건립 당시, 보석 기증자와의 분명치 않은 협약서 등으로 전시할 보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만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전시할 보석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관 직전에 국외로 출장가는 등 부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보석 박물관이 완공되었고, 시내에 보석가공 공업단지가 있으며, 상설 전시판매장을 가지고 있는 익산시가 세계적인 보석도시로 위상을 갖추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좁은 국토와 적은 국내 인구, 잘 알려지지 않은 점등을 고려하여, 초기에는 미흡하고 과대 포장한 것 같은 느낌이 있더라도, 익산시는 아주 좋은 관광요소가 생겨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보완하고, 운영하는데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도록 개선하며, 친환경적으로 가꾸어 도심에 찌든 생활을 위로해주고, 심신의 피로를 풀며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익산상공회의소는 보석박물관 개관과 아울러, 중국의 자매결연 도시인 강소성 진강시의 정부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여러 가지로 활로를 찾기도 했었다.
무슨 일이든 아전인수격으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물 망을 쳐두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계획성 있고, 일관성 있게 준비하여 이미 계획된 일을 수행함에 있어 완벽한 일 처리가 되고, 그의 사용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겠다. 한때는 밑 빠진 독이었는지 몰라도, 독을 들어내어 수리하고, 자리도 바꾸어주면서 보완하면, 간장도 담고, 된장도 담아 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이 어정쩡한 보석박물관이 시민들의 휴식처이면서, 관광 상품의 중심체가 되어 고부가가치를 안겨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익산시에는 백제 최대 사찰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사지가 있고, 한국 최초의 석탑인 국보 미륵사지석탑이 있으며, 왕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왕궁면의 국보 왕궁리 5층 석탑 등 문화재도 많이 있다. 또 1916년에 창건된 원불교의 본산이 있는 원불교 중앙총부 등 종교적인 유래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면 우리나라 지도 모양이 선명한 저수지와 맞닿은 보석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대표 명물임에 틀림없다. 관리 운영하는 행정기관이나, 사용하는 시민들 모두의 재산인 깨진 독도 그 활용을 잘하고 볼 일이다. 2002. 0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