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샴페인은 조금 뒤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8:20
 

샴페인은 조금 뒤 / 한 호철


  어느 조사 통계에서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92.5%의 사람들은 부업을 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중에서 일부는 취미 생활이나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말하겠지만,  대다수는 역시 경제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요즈음 장사를 하는 사람마다 모두 돈을 버는 세상도 아니며, 그렇게 호락호락 경제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고 보면, 직장인들 역시 섣불리 부업에 나서지 못하고 이것저것 궁리만 하다가 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장사를 부업으로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자금의 유동은 있으나, 실제적으로 이익이 남는 것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어린 경우에는 시간적으로 쫓기게 되고,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며, 그에 따른 가정 생활이 소원해지게 마련이다.  또 단돈 얼마라도 절박한 경우는 있지만,  웬만큼 벌어 가지고는 거기에 소용되는 기초 비용도 안 되는 현상도 자주 벌어진다.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그러한 경우가 되겠다. 

그러나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이러한 내용도 잘 알고 있으며, 푼돈도 아끼고 남들이 뭐라 해도 절약해서, 나만은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역시 남은 것은 경험이고,  나도 잘하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남편 월급 아닌 또 다른 세계의 경제 흐름을 알았다는 이야기로 위안을 삼으며 넘어간다. 

 그럼 우리 직장인들은 월급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초봉 1,200만원 미만이 35%, 1,400만원 미만이 17%, 1,600만원 미만이 15%, 2,000만원 미만 21%,  2,000만원 이상이 12%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응답자들의 절대 금액으로 평균하면 1,200만원의 초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 20% 정도는 비슷한 업무나 직종에서 타 직장인에 비하여 자신이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보다 낮게 받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28% 정도였으니 대체적으로 적절한 표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은 자신의 급여 자체가 절대 금액으로 적다고 응답한 사람은 1,063명중 91%나 되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매달 내는 세금과 공과금을 제외하고 난 후, 의식주 비용 및 저축을 뺀 일반 생활비는 개인용돈 58.4%와, 대출금 상환 25.3%, 교육비 8.3% 순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고 생활이 안정되어 가면 경제활동 범위도 넓어져서 경조사 빈도도 그만큼 많아지게 마련인데, 봄가을의 특정시즌에는 한 달에 대략 10만원 정도의 결혼 축의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도 역시 경조사에는 비교적 많이 참석하는 편인데 제주도를 제외한 많은 지역을 다녀 보았고, 대신 개업식에는 되도록 비슷한 업종이나 동일 직군에서만 참석하도록 노력했다.

 투명한 유리지갑이라는 경제 구조속의 직장인들은, 매월 평균 50만원 정도의 신용카드 금액을 결재하고 있다. 이 금액 자체는 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신용카드는 1인당 3개 정도를 가지고 활용하면서, 부족한 돈을 요리 조리 돌려가며 막는 카드대출이 빈번하다. 그러다가 결국 마이너스 대출에 의존하게 되어, 한 사람 당 마이너스 대출이 100만 원 이하는 41%, 500만 원 이하는 21.3%, 500만 원 이상은 37.7%, 5,000만 원 이상도 6.4%나 차지하였다. 

 이러다 보니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가끔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하게 되며, 부업에 대한 계획, 이직, 일확천금 등의 상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중에 주위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서 실패하게 되면, 그것을 보고 바로 내가 행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대리 파산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바로 나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결국 차후 대책은 소비의 규모를 줄이고 건전한 소비를 하며, 저축을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노후에 소득이 여의치 않을 때의 비상 수단을 여러 가지로 대비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의 파산 등으로 인한 개인 역량 부족이 아닌 다음에는, 소비 자체가 경제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임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우리 직장인들은, 휴가 기간동안에도 국가 경제를 위하여 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올 여름 휴가에 관하여 2,204명의 직장인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휴가비는 받고 대신 휴가보다는 휴일근무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이 57.3%나 되었다.

 만약 위에서 말한 빚을 갚기 위하여 일 한다면, 몫 돈이 필요한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돈이 부족하고 마이너스 대출을 더 이상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지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경제 생활에 심각성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 나의 가계가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 휴가기간 동안에도 일하는 쪽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휴가를 돈과 바꾸고, 그 돈으로는 또 다른 낭비 행위를 한다면 악 순환의 늪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아직까지는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우리 사회는,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다.  비록 그 희망을 더불어 먹고사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2002.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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