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수 / 한 호철
세종대왕이 훌륭했던 것인지 그의 신하들이 똑똑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시대에 유명한 발명품들이 많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지장수이다. 이는 황톳물이 가라앉은 후 생긴 윗물을 말한다. 지장수는 눈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지금의 아폴로 눈병이나 결막염 등을 치료하기는 힘들겠지만, 그 당시의 눈병은 고쳤나보다. 물론 그때도 그 시절의 모든 눈병을 고친 건 아닐 것이다. 약이 없이 당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요즈음에 지장수를 안약으로 쓴다고 하면 격리 수용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황토 50g속에 미생물 약 2억 마리가 살고있다고 하니, 황토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그 중 우리에게 해로운 것도 있을 것이고 이로운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지장수는 과일이나 채소를 씻으면 잔류 농약이 거의 세척된다는 정도이다.
예전에는 온돌구들을 놓고 그 위에 황토를 발라 고르게 하여, 황토방으로 활용했던 것이 우리의 전통 온돌방식인 것이다. 이 흙바닥은 방안의 습기를 흡수하여 젖었다가도, 불을 때면 마르기를 반복하여 방안의 습도를 조절했고, 벽도 역시 황토로 흙벽돌을 찍어 쌓으니, 바로 황토 흙벽이 되었다. 또 그것도 모자라서 지붕도 갈대로 발을 엮고 그 위아래로 황토를 발라 보온을 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짚으로 이엉을 엮어 덮으니, 그 유명한 전형적인 초가집이 된 것이다. 요즈음 황토방을 짓고, 황토 침대를 만들고 하는 것들이 모두 우리 선조들이 깨달았던,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 같은 행동이다.
사실은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살다보니 온갖 병들이 생겨나고, 그것을 나아보려고 생각하다가 결론 낸 것이, 결국은 자연으로 가자는 것이 되고 만 셈이다. 얼마나 황토벽 바람이 불고 있는지, 흙벽돌 찍는 기계를 만드는 제조업이 성황을 이룬다. 돌침대며 옥매트가 유행하는 것도 자연회귀의 일종이다. 서양문물에 밀려 천하의 쓸모 없는 것처럼 여기다가, 고생 고생한 후 터득한 것은 선조들이 개발한 우리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아궁이도 황토로 쌓아 그 속에 장작불을 피우니, 거기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이 나무토막 속에 직접 약효를 넣어준다. 이때 생긴 숯은 밥지을 때 넣으면 차진 맛이 나며, 된장국에 넣으면 특유의 냄새도 없어지고 단맛이 난다. 이 얼마나 신기한 일 인가. 숯 베개, 숯 장판, 숯을 먹인 동물, 숯이 든 화장품 등... 지금의 황토방, 원적외선 치료기가 무색해지는 방법들이다.
비록 자연의 옛 생활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흙을 밟고 살아가는 삶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유지에는 돈 안들이면서도 필요한 방법이다. 그래서 전원주택, 단독주택이 비싼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좋은 것 같고, 아늑한 것 같고, 고향 같고, 편안한 것 같은 주택은 바로 흙을 주재료로 한 토담집인 것이다.
나도 넓은 정원이 딸린 주택에서, 남새밭에다 채소도 가꾸고, 빨간 감이 주렁주렁하며 그 밑에서는 개와 닭들이 쫓고 쫓기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200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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