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대통령의 빚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8:28
 

대통령의 빚 / 한 호철


  2003년 2월 25일은 우리나라의 제 16대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부딪쳤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불편해진 관계의 해결이며, 북한의 핵 개발관련 긴장완화 문제이다.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 중,  미국에 홍보용 사진 찍으러 가지는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었는데, 그 답으로 미국의 언론들이 우리의 신임 대통령을 좋게 표현하지 않았다.  전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선거 전부터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의 집행부를 만나고 하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고, 당선된 후 취임하면 바로 상호 우호관계를 표시하곤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새 대통령은 지금까지 미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하여는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말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전에는 홍보용으로, 언론 활용용으로 그와 같은 일이 가끔씩 있었지 않았느냐 하는 해석이 된다.

 또한 대선 기간 직전에 발생한 여중생 추모 평화 촛불 시위와 관련하여, 국민의 정서가 개인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되지 않느냐는 정도로 번져 가는 감 마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미국이 잘 발달된 첩보망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만큼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집된 첩보를 분석, 가공하여 얻어낸 귀중한 정보를 함부로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사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문제나,  행동들이 우리 국민들의 반감을 사는 일을 많이 저지르고 있다. 그런데 주둔군 지위협정에 의하여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고,  우리의 문화 정서와는 많이 다르게 처리되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산 것도 사실이다. 거기다가 미국이 북한을 위험한 집단으로 표현하면서 북미간의 관계가 더욱 벌어졌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의 위험에서 한국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미국에 대하여, 비록 자의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미국내 의견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술 더 떠서 자기와는 상관도 없는 한국을,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상태에서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자신의 처지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미국의 의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가엾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하는데 미국 정부는 이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2월 24일자 워싱턴 포스트, USA투데이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미완의 상태인 것 같은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남의 나라 대통령을 취임 첫날부터 깎아 내리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 큰 은전을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이 우리에게 약간, 아주 약간 불편하게 했다고 해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도 상황이 있고, 국민들의 바램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국가의 정책도 있는 독립체 국가이다.  이러한 국가를 자신들의 판단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고 표현한다면, 국제사회는 다시 힘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어진다.

 우리가 힘의 논리, 부의 논리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상황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좀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이것을 미국의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이 나라는 미국이지 결코 대한민국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도 명확히 표현했었다.  한미간의 동맹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미군 철수문제가 나오는 것은 정부의 공식 의견도 아니지만, 미국의 견해를 무시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동등한 국가의 위치에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현 조건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하여 노력하는 중이다.

 우리는 전쟁보다 평화를 갈망하며 지구촌 자유 민주주의로 한 국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볼 때에 어딘지 불안한 럭비공과 같으며, 세계의 지도자 어른들이 이야기하시면 따라오면 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날뛰는 행동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을 지지한다.  새로운 정부의 국정운영 기대감도 높다.  16대 대통령 취임식 직후 새 정부 명칭이 참여정부라는 것에 대하여 1,029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1%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남북 문제 등도 87.3%가 대화를 통한 당사자 직접해결 가능성에 공감을 표현했다.  또 대내적으로도 92.7%는 새 정부가 국정운영에 대하여 잘하거나, 대체로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은 우리 상황을 우리가 판단하며, 새 대통령을 우리가 선택한 만큼, 비록 미완의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도우며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남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문제해결을 위하여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남이 말한 것을 문화와 풍습,  환경이 다른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은 미국에 빚진 것이 없고,  북한이나 일본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 그러기에 최소한 어느 누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만은 큰 빚을 지고 있다.  절반의 빚은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그 보답을 해야하는 것이고,  절반의 빚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에게 갚아야 될, 즉 다시 말하면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그를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우리는 정당한 결과를 승복할 줄 아는 국민들이다.  대통령도 국민의 바램을 아는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의 새 정부의 미래는 밝다.  2003.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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