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자의 평가 / 한 호철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하여 혹자는 노벨상이 땅에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다. 인간사 측정을 노벨상으로 기준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의 인간이 제정한 상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상을 자격이 부족한데도 로비에 의하여 수상하였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들도 모두 우리 한국 사람들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자기가 상을 줄 때는 어느 자격을 놓고 심사하는 것이 아니고, 로비를 잘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그런게 아니다. 노벨상 후보에 몇 번 거론되기도 했었고, 세계의 유명 인권상, 자유상들을 수상했으며, 국가간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군으로 분류해 놓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외환위기 발생과 동시에 출범하였으나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넣어 5년 후 퇴임시에는 무역 흑자를 통한 세계4대 외환 보유국이 되므로써 세계의 모범 답안이라는 평을 받았고, 제2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경제회복의 과정에서 무리한 개입으로 빅딜을 주도하고, 시장 경제원리를 왜곡시킨 점이며, 소득 불균형, 저금리에 따른 가계대출이 개인 파산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흠으로 지적된다. 가족의 문제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평을 할 때 저조한 점수를 얻고 있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은 우리 국민들의 모든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개인적인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인 전체적인 관점에서 잘했구나 하고 판단할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 할 때도 잘못한 것보다 잘 한 것이 많고, 잘못한 것의 내용보다 잘한 것의 내용이 더욱 값진 것이라면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평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만 방자한 말을 가끔씩 하는 일본의 관료들은 우리와 아시아인들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아픈 곳을 들춰내서 건드린다. 이웃나라가 싫어할 것이고, 역사에도 나와 있는데도 그것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생각된다. 은연중에 자신이 우월하며, 이웃들은 과거에 모두 우리의 속국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뒤 내용을 전혀 모르는 전후 세대에게 규칙적으로 세뇌교육을 시키는 전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냉정한 일본사람 중의 오마에 겐이치 UCLA교수 같은 사람도 논평을 바꿨다. IMF이후 한국이 경제 부흥에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예언을 했었다. 그 이유는 주관도 없고 계획도 없이 미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는 김대중 대통령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한국의 경제 부흥의 결과를 보고는 다시 말을 바꿨다. 전에 자신이 말한 내용은 오판이었으며, 단임 5년 동안에 채무국의 경제를 V자형으로 회복시킨 경우는, 세계유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능한 지도자였다고 평했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통신인 블룸버그 역시 한국경제, 정치, 외교분야의 업적이 최근 반세기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까지 격찬했다. 심지어 김대중씨 개인은 한세대에 나올지 말지 모르는 위대한 지도자의 업적을 이루었다고도 말했다. 이 내용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성과와 그 일을 해낸 대통령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한국내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는 뜻인지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역시 우리 국가의 위험상황을 해결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면 외국인들은 모두 잘했다고 하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못했다고 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정서에 기인한 탓도 있지만, 여론몰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도 생각된다. 정권말기 대선에 즈음하여 때맞춰 불거져 나온 내용들은 그를 깎아 내리는 재료가 되었다. 나의 잘한 점을 들어내기보다 남이 잘못한 점을 들어내는 것이 호재가 된다면, 국민의 올바른 판단보다는 자당의 이익을 구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본다. 우리 국민들은 경제, 문화 등 많은 부문에서 회복되고 넘쳐, 세계 다른 나라들과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는 변화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 외 부문들이 변하면 되겠다. 2003.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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