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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심정 알아보기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8:33
 

부모 심정 알아보기

얼마 전 연속극 중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직업에서 실패하고 대학교의 청소부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가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는 바람에, 그 사람이 일하던 건물로 청소 담당구역을 바꿔 맡게 되었다. 

이때 어머니는 극구 그 건물만은 마다했으나, 뚜렷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던 관계로 지시에 따라, 새로운 건물로 담당구역을 옮긴 것이다. 그 날부터는  어머니는 평소 안 쓰던 모자를 깊게 눌러썼고, 말수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언제 까지나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었고, 결국 그 학교에 다니는 딸애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것도 자기가 청소부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학생들한테서 무시당하는 모습을, 첫 대면에서 보여주고 말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부끄러웠고, 딸은 학생들에게 부끄러워 둘은 평소 아는 사람이 아닌 듯 행동하였다. 

어머니는 자신으로 인하여 행여나 딸이 자존심 상할까봐, 더 나아가 창피 당할까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딸은 아무 말도 없이  그 날로 가방을 싸서 가출을 하고 말았다.  진정으로 딸을 위하여 선택한 하나의 직업이었고, 어떻게 하다보니 딸이 다니는 학교의 건물 청소를 담당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그 일이 왜 창피한 일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최소한 어머니 마음에는 다른 학생들이 알면 딸이 창피해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안 쓰던 모자를 써서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도 숨기려 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일까? 분명 자식을 배려하는 마음임에 틀림없다. 

 나이 든 사람들의 찬가에서는 계속 말하고 있다.  자식이나 손자의 연극 발표회 혹은 졸업식 등, 대견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가기 위하여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고, 가장 잘 보일 만한 곳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행사가 다 끝나고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 할 때에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서성대다가 맨 뒤 한쪽 구석에 서면서, 당당하게 보여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 가족의 어른이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린 것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너희끼리 찍으라는 신호였으며, 동참하고 싶은 감정을 도저히 억누르지 못하여 맨 뒷줄에서나마 한 가족으로 인정받았을 때, 자랑하고 만족해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사진이 훗날 타인에게 내 보여질 때, 초라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사진의 주인공이 창피해 한다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하여, 당당하고 꼿꼿한 모습을 남겨주고 싶어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각인시켜주고 싶은 욕심은 아니다.  오로지 그 날의 주인공이 미래에 어떤 상황으로 접하게 될지를 염려하여 걱정하는, 순수한 자식사랑 마음의 발로인 것이다.  이렇게 늙어 가는 것은 서러운 것이지만, 마음만은 갈수록 순수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세상의 부모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식들은 아직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이해하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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