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대리만족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8:35
 

대리만족 / 한 호철


2002년 1월에 대한민국 창군이래 첫 여성장군이 탄생했다.

여자 군인 2,134명중 처음인데 무엇이든지 처음과 최초는 새로운 면이 있다. 여자 장군이라는 것이 특별히 이상할 것이 없지만, 향후 계속해서 배출될 것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보겠다. 

 장군은 군 인사법상 소위임관 후 26년 이상을 근무해야 되고, 대령 진급 후 3년 이상이어야 하는 조건과, 그 외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  이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라서 장군의 계급표시는 '별'로 하는 것 같다.  나도 전에 장교의 꿈을 가진 적이 있었다. 장교의 전형은 사관학교겠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현실에 맞는 여러 경로로 장교가 될 수 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실시하는 과거제도 대신,  특별한 경우에 실시하던 별시 제도처럼 필요 병과에 필요 인원만큼 선발하는 제도도 있다. 나도 그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의 장교가 되었고 전투병과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최전방의 한계선 안에서 비무장으로 수행해본 작전경험도 있다.

 그리고는 전역을 하고 일반 사회생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그때 임관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내가 원해서 택했던 장교의 길이었지만, 길지 않은 군 생활 후 다시 내가 원해서 전역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 나는 나의 아들이 장교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나의 아들이 장교가 되는 것에 있어 내가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면, 그것은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하여 선택한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들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그로 인해 부모도 기뻐한다면, 그것은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속담처럼 덤으로 얻는 기쁨일 것이다.

 전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의 뜻대로 이루어지게되면, 슬픈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나마 부모의 의사대로 택했더라도, 본인도 동의한다면 다행히도 즐거운 과정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아들이 택한 길이 즐거운 과정이기를 바란다.

무슨 일이든 쉬울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으며, 지금 나의 일이 어려운 때에 처해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해놓고 볼 일이다.

내가 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인도 그에 동조하고 찬성하여, 그 과정을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은 나 대신 채워주는 자식의 대리만족이지만, 본인도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고 본인의 만족이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이것도 이중 성격일까?  2002. 08. 05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러기의 속 뜻은  (0) 2006.06.04
자식에게 해 줄 수있는 말은  (0) 2006.06.04
아버지 마음  (0) 2006.06.04
부모 심정 알아보기  (0) 2006.06.04
국밥 그릇에 숨은 사랑  (0) 200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