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 한 호철
어느 선생님은 장교 출신인데, 자신의 아들이 육군 수색대에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덤덤했다. 이는 공군장교 출신이 육군 전방부대의 민정경찰 사병 생활을 잘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만큼, 누구든지 여건이 맞으면 행해야 되는 과정의 하나이고, 본인도 겪은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 유명 인사의 아들이 10여 년 전에 군 면제를 받은 것이 합법적이었느냐, 아니었느냐를 가지고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보통 사람인 우리가 보기에는 그 사람의 병적기록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텔레비전 뉴스 보도시간에 보여준 병적기록표에는, 글자를 기록하는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야기되었거나, 조사를 해 보아야 할 정도로 의심이 간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나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으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를 해주려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확인하도록 되어있는 이름 한자 표기가 잘못 되어 있다든지, 부모 이름 쓰는 곳에 큰아버지 이름이 적혀있었다든지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어느 란에는 고무로 새겨진 날짜 일부인을 찍는데,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면 도장이 낡아서 새로 새긴다고 했다. 그런데 그 도장을 도장집에서 새기기 몇 년 전의 날짜용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잘 모르지만, 문제 자체가 잘못 출제되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면 어째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국민의 4대 의무로 되어있는 것을 기피하고, 행하지 않으려 하느냐에 있다. 얼마 전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허 모씨의 자살은 타살이었다는 발표를 했다. 그것도 중대장의 전령으로써 중대장의 포악한 행동 아래에서도 밝게 군 생활을 하던 모범 사병이었고, 특히 그 날은 중대의 간부가 승진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중대의 내무반에서 자기 상급자에게 술자리 준비가 소홀했다는 이유로 총살되었다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공식 의견은 전령으로서 복잡한 부대 내무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병의 자살이므로,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 현상 속에서 군에 충실히 근무하고 오라는 부모는 어떤 심정일지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사의 입장으로써 착하게 살아라, 국가를 위하여 몸바친 선인들을 본받아 국가와 민족에 충성하라고 해놓고, 자식을 고생시키는 부모의 속마음은 갈등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가르침을 받은 자식은 어떠한 마음일까. 부모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행하려는 마음이 앞설지, 혹은 지금은 부모의 가르침대로 어쩔 수 없어 행하긴 하지만, 내가 독립하여 한 가정을 이루면 부모의 가르침과는 달리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가 걱정이 된다.
내용을 알아도 그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딱하나 골라 말하기가 두려운 것이 현실이다. 왼쪽을 맞으면 오른쪽도 대주라고 하자니 사회에서 항상 얻어맞을까 두렵고, 누가 원하거든 원하지 않는 것까지 주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러다가 가진 것 없어, 살아가는 것조차 고생의 연속 일까봐 겁이 난다. 착하면 바보 되고 정직하면 가난하다는 것이 사회의 대변이라고 해도, 거짓말하고 나쁜 짓 하라고 자식을 가르칠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아직도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가르치는 것들은 사회의 실제와 거리가 있는 세상이란 말인가, 어떻게 하다보니, 어쩌다 실수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잘했다고 칭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올해 태풍 루사는 많은 수재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피해 가정에 경제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는 가슴의 상처를 주었고, 자진 휴학하도록 만들었다. 수재민 구호 대상자가 본인 부모라는 것을 안 후, 군 입대 전까지 자원봉사를 실시하고, 입영 날짜가 되면 속히 군에 가서 부모님의 대학 등록금 걱정을 덜겠다는 효자들을 생산해 낸 것이다. 그렇다고 태풍 루사가 고맙다는 것은 아니다. 태풍의 피해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는 보도는 우리를 슬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군이 비록 가난한 자들의 도피처가 되기는 했지만, 그나마 있어서 다행인 한가지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 피난처의 주인인 군인들이 이번 루사의 흔적을 없애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주민들은 군인들에게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어 말로, 혹은 고마워서 흘리는 눈물로 성의 표시를 했다.
이렇게 군과 우리 국민들은 결코 남이 아니고, 우리의 자식들이고 조카들이며 형제들인 것이다. 자기의 개인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기왕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애쓰는 거라면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겠고, 또 그들이 하는 일을 가치없게 생각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여겨서도 안되겠다.
세상을 자기 편한대로만 살다보면 자꾸 왜곡되어져서, 규칙을 지키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이 사회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사회로 악순환이 되어,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같이 피해를 입게 되고 말 것이다. 2002.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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