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정책 / 한 호철
11월 7일은 2002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날이었다.
3년 전, 당시의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2학년도부터는 공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개인의 특기를 살려 공부 안하고도 대학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교육 정책을 발표했었다. 따라서 일선 학교에서도 그 제도에 따라 이론교육보다는 실기교육에, 과외 학습에 더욱 중점을 두고 학생지도에 나섰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학교에서는 그 정책과는 별개로 교육부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이론 교육에 계속 중점을 두었다. 간혹 제재가 가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명문이라는 프리미엄의 그 학교 출신 선배들 압력에 따라 조용히 그냥 지나가는 정도로 그쳤다. 그 결과 힘없고 교육정책을 잘 따르는 학교는 보충수업도 안하고, 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면 자율적으로 집에 가서 혼자 지내는 그런 형태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 시험 날이 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이론교육 시험이 예년에 비해서 더 어려웠다는 얘기고, 출제 위원장도 변별력을 가르기 위하여 더 어렵게 냈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했다.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공부만 하지는 말라고 해놓고, 시험문제를 어려운 수준으로 냈다고 하니, 도대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상점수가 예년 평년실력보다 20점에서 많게는 80점까지 적게나오는 아주 어려운 시험이었다고 한다. 거기다가 시험도중에 포기하고 집에 가는가 하면, 시험 치다 말고 재수하겠다고 펑펑 우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정부 정책에 따라 이론 교육이 아닌 특기로 대학에 간 학생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골프나 노래, 심지어 브레이크 댄스와 같은 취미활동으로도 대학입학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대학에 가서 대학의 이론 교육을 잘 소화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다. 위와 같은 기능은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러면 결국은 정부정책에 반대로 가는 이단아 행동을 하면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농업정책도 올해 3월에 씨 뿌릴 때는 양산, 증산 대책으로 종자를 선택하라고 지시해놓고, 수확 할 때인 8월에 들어서는 수매를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정책이 나왔다. 밭벼는 수매가 원천적으로 안되고, 물 벼도 안되며, 잘 건조된 것으로 그것도 일부만, 거기에다가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아쉽다. 손해를 보면서도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그러는 구나 하고 생각 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아쉽다. 믿고 살아가는 사회는 누구 혼자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연관성 있게, 미리 앞서서 예견되는 사항을 검토하여 진행하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2001. 11.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