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학과의 탄생 / 한 호철
한국의 한의술을 이제 서양에서도 조금씩 대체의학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하고 있다. 양의, 양약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현대의학이 모두 거쳐간 곳에서 최후에 시도해본 기술이 효과를 보자 한의학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때부터 전국에 3대 한약재 시장을 운영할 정도로 한약업이 번성하였었다. 강원의 원주와 대구, 전북의 전주에 약령시라 하여 인근에서 채취한 한약재를 모아서 음력 2월과 10월에 거래를 하였다.
우리의 의학은 동양계의 한의와 한약, 서양계의 의학과 의약으로 구분된다. 최근 들어 양의, 양약이 한의, 한약을 쉽게 보는 것 같은 인상도 있어 양약국에서 한약을 취급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약은 급하게 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독성만 없다면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약국에서는 양약을 취급하지 못한다. 아직 연계성을 두지 않았고, 체계화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약에 관한 전담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한약학과가 설립되기 전까지 한약판매는 한의원과 한약업사, 한약방에서 담당했었다. 그러나 한약학과가 생기면서 한의사는 처방만 하고 한약사가 조제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처음 실시하다보면 문제도 많겠지만, 한약국에서는 100여 가지의 약만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에는 한의원에서 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한약학과가 생기기전에 취득한 한약업사 자격증으로는 500여 가지의 약을 조제할 수 있는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리하도록 규정지어 졌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한약사는 국가고시인데 반해 한약업사는 지방고시로써 시도지사가 발급하는 자격증이다. 이러니 한약학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예 수업거부 사태와 학과 폐지 요구까지도 불사하고 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담당교수들까지 합세하고 있다. 특히 한약학과가 신설되면서 그 전의 한의과 담당 교수와 양약의 약학과 담당교수들이 한약학과 교수로 채용되었는데, 이들마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약학과의 불합리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것이 시행될 때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얼마나 빨리 그 부작용을 해소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최종 목표를 입안해 놓고 나서 진행은 나몰라라하지 말고, 진행 경과도 살펴보고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속히 바로잡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1. 1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