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술 문화 / 한 호철
매월 첫 월요일은 절주의 날이다. 이것은 국가가 정한 것은 아니지만, 범국민 절주 운동본부라는 단체에서 지정한 것이다. 전국 9개 도시 대학생들의 주 활동무대인 대학가 주변을 중심으로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신학기가 되면 대학 신입생을 중심으로 한 환영회나 동아리 모임 등에서, 술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줄여보자고 3월을 `대학생 음주사고 예방의 달'로 정했다. 얼마나 폐해가 크면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에 기성세대들이 부끄러워진다. 술을 안 마시면 같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술을 못 마시면 여러 사람과 같이 어울려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기성세대들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가하여 부끄러워진다.
어제는 기분 좋아서 한잔, 오늘은 기분 나빠서 한잔, 내일은 그냥 한잔하며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술이, 잘못된 습관으로 전해진 것 같아 반성된다. 술을 마시면 신체리듬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그로 인해서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이때 술은 알코올 농도 1%부터 60%까지의 범위를 말하며, 그 이상의 농도는 술이라 하기보다는 화학약품이라고 하여야 맞을 것이다.
`한 개피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라는 군대의 옛 노래는 그 당시 물자 부족시 돈독한 전우애를 표현하던 한 가사이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시절은 있었다. 서로 양보하며 서로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배운 군대시절. 그 속에서 새로 입대한 젊은이가 술을 배우고,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 그런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많은 변화를 이루어, 강요하거나 일부러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서만은 시대변화가 발붙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음주와 흡연인데, 이것을 마치 대학생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상징인양 잘못 전달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술 문화는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달리 방법이 없어서 혼자 술을 마시고 울분을 삭이던 강점기의 술 문화가 아니다. 전쟁시에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비참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패배주의적 술 문화도 아니다. 더구나 술을 마시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용기가 아닌 객기를 부리는 수준에 다다르면 안될 말이다.
우리나라의 식생활 구조상 국민의 20%정도는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비알콜성 지방간 상태라고 한다. 술을 안 마셔도 이 정도인데 거기다가 폭주와 과음을 하게 되면, 신체는 쉽게 피로해지고 기능이 저하될 것은 뻔한 이치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뇌세포가 급격히 죽어, 훗날 알콜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학설이 주장되고 있는 정도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자기 돈주고 술 마시는 것을 왜 상관하느냐고 하면 대답은 길어지고, 답변은 궁색해진다. 그러나 모든 대학생들은 한 핏줄, 한민족이라는 단어에 의하면 나의 조카들이고 자식과 다름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젊은이들에게 국가의 장래를 맡기고 물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어렵게 지켜온 이 국가를 안전하고 완전하게 물려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내가 젊은 대학생들에게 술 문화를 얘기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새내기 대학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는 시기에, 제대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통계에 의한 실업률은 작년 연평균 3.0%이고 올해는 2.9%로 예측 발표되었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치로만 보면 완전고용의 성적표이다. 그러나 대졸 고학력자나 20세~29세의 청년 구직자들만의 실업률은 작년 말에 27만 8천명으로 6.4%에 달했다.
2002년 하반기 주요기업의 입사 경쟁률은 74대 1로 나타나, 2001년 70대 1보다도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어려운 취업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자신의 능력을 키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 해결방법으로는 과외수업이나, 학원수강 등의 또 다른 지출이 생겨나게 되었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200여 만원과 실습비, 교재비, 학원비등으로 학기 당 500만원을 넘기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개인용돈과 주거비및 식비까지 포함하면, 이미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아는 새내기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되짚어 보면,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의구심마저 든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새학기 풍속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돈을 모아서 신입생들의 교재를 사준다든지, 굳이 일체감을 조성해야 한다면 동일 디자인의 셔츠나 신발 등을 구입하여 통일한다든지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술보다 더 좋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어떤 비교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술 문화보다 못한 방식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불우이웃 돕기를 한다거나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문화 체육활동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후배들에게 먹일 수는 있어도 남 주기 싫으면 모아서 통장을 만들고, 계속하여 전통으로 몇 번만 실천해 가더라도 사상초유의 과단위 현존 선배의 장학금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술은 마시고 취하라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안 마시는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법규는 아니다. 담배 역시 피우는 사람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실 자유가 있듯이,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담배연기를 마시기 싫으면 밖으로 나가면 될 거 아니냐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처음에는 맑은 공기로 있던 사무실인데, 나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으로 인해 실내가 오염된 것이므로, 담배연기로 인한 책임은 옆 동료가 아닌 바로 흡연자에게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음주나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보자는 것 또한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과연 나의 행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3. 02. 28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고장 명품 (0) | 2006.06.04 |
---|---|
신문 읽기 (0) | 2006.06.04 |
너무 그러지 마세요 (0) | 2006.06.04 |
교사의 길 (0) | 2006.06.04 |
남을 돕는 마음 (0) | 2006.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