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홍어회 죽합 포도주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16. 11:56
 

2006.06.03 토. / 한호철

 

홍어회를 먹었다. 재료가 칠레산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에 잡혀 놓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익혀 먹거나 숙성시켜서 먹는 것이 아니라 날 회로 먹었다. 지금은 날씨마저 때 이른 더위가 계속되어 낮에는 30℃를 넘나들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은 뭐든 조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홍어는 수입품으로 얼려 보관하고 있다가 오늘 바로 꺼내어 녹여서 썰어 먹었으니 패혈증은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막걸리도 없이 김치와 먹었으니 삼합은 아니었고 이합이라 하여야 할 것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면 홍어를 잘 숙성시킨 것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이합도 아닌 그냥 생회일 뿐이었다.

약간 서운함 대신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곁들였다. 운전을 하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겨우 소주잔으로 두 잔만을 마셨다. 깨끗이 정리한 포도에 소주를 넣지 않고, 그냥 설탕만 넣은 것이니 소위 말하는 진짜다. 그러나 이렇게 담그는 포도주에는 너무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야 하니 이 포도주 역시 자연산은 아니고 인공이다. 하긴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그냥 분위기로 한두잔 하는 정도니 인공과 자연산을 따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른 안주로는 얼려 놓았던 죽합을 꺼내어 전을 했다. 부추를 넣고 깻잎을 가늘게 썰어 넣으니 향도 나고, 씹히는 것도 있는 것이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 대신 어떤 사람들은 전을 부칠 때 설탕도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입맛을 잃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된다.

아직 이것저것 먹을 게 많은 즉 입맛이 살아있는 사람들은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지 않고 그냥 부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죽합은 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어부가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이 분은 자기가 잡은 죽합도 아닌 것을 일부러 사서 가져 온 것이었으니 더욱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그것도 약 50킬로미터나 떨어진 부안 바닷가에서 익산까지 단숨에 달려 온 것이다. 어찌 맛있게 먹지 않을 수가 있는가.

먹으면서도 과정마다 수고하신 분들이 생각난다. 그러다보니 포식이다. 과식을 한 것이다. 대신 모두 소화를 시키고 자야하는 후유증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