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풋마늘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16. 13:50
 

2006.06.05 월. / 한 호철

 

풋마늘 줄기를 먹었다. 마늘의 밑뿌리는 보통 6월부터 수확을 하는데 이때는 대체로 줄기가 말라서 시들해지고 누렇게 단풍이 드는 시기이다. 그래서 마늘 줄기는 마늘의 본격적인 수확시기 이전에 풋풋한 대를 골라내는 것이다. 이렇게 수확이 되기 전에 줄기를 잘라 주거나 따주면 마지막 영양성분이 마늘 구근으로 집중되어서 마늘의 맛이 충실해지고 빨리 여무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마늘의 줄기가 오래 동안 푸르고 풍성하면, 그만큼 마늘의 구근에는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뿌리가 더디 여무는 것이다.

마치 벼가 한창 자라는 여름에는 줄기가 튼튼해지고 잎이 무성하라고 주는 거름과, 벼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 낱알이 충실해지라고 주는 거름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마늘 줄기는 대체로 삶지 않고 생으로 된장을 찍어 먹는다. 이 풋마늘의 맛은 둥근 마늘보다 약해서 먹기는 부드러우나, 잎과 줄기만을 비교하면 잎이 더 먹기 불편하다. 잎은 줄기에 비하여 풋 냄새도 더 많이 날 뿐만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서 먹는데도 신경이 더 쓰인다. 줄기 하나를 먹는 거와 잎을 여러 개 먹는 것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잘 영근 마늘과 풋마늘 줄기는 서로 영양이 다를 것이고, 맛도 다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풋것도 나름대로는 먹는 맛이 따로 있고, 또 다른 마늘의 별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풋마늘을 먹으면서 가족 중에 90살을 넘기신 분을 생각해 본다. 그 분도 풋마늘을 즐겨 드셨다. 그리고 풋고추도 많이 드셨다. 여름에 입맛이 없을 시기에는 으레 비빔밥을 해 먹거나 쌈을 해 잡수셨었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찌게에 넣어 끓이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생야채를 먹는 데는 깻잎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음식을 먹다보면 자연히 된장이나 고추장을 먹게 되고 자연식, 채식을 더 챙기게 된다. 그런데 누구나 그런 분들을 흉내 낼 수는 없다. 왜냐면 그때와 지금은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사람이 다르지 않은가.

한 마디로 그 분은 먹는 것 외에도 평소 몸을 아끼고 일을 심하게 하지 않으신 분이셨다. 따라서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사신 분이셨다. 우리 가족이니 내가 잘 알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 몸이 어디 한 가지 음식을 잘 먹었다고 온전히 지탱해 주는 그런 구조였던가. 우리 몸은 일상 먹는 우리음식과 내가 활동하고 마음먹으며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기대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어쩌다 한 번 풋마늘 몇 대와 풋고추 몇 개를 먹었다고 건강해진다면, 우리 몸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불가사의가 되고 만다. 이런 몸은 도대체가 환경변화를 이겨내지 못하며, 너무나 쉽게 적응하여 우리가 마음 놓고 행동을 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어떤 음식 한 끼로도 쉽게 변하는 변덕을 무슨 약으로 다스리고, 어떤 운동으로 물리치료를 할 수가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냥 보아서 좋은 것 > 잡다한 무엇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과 수험생을 위한 음식들  (0) 2006.09.12
여름철 음식들  (0) 2006.07.19
부추전 쌈밥  (0) 2006.06.16
홍어회 죽합 포도주  (0) 2006.06.16
서 정주 시 세계의 세 단계 분류  (0) 200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