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4 일. / 한 호철
저녁에는 부추전을 했다. 어제 시골에서 가져온 들깻잎과 부추, 그리고 쑥갓이 있어서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전을 해 먹었다. 예전부터 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하여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그런 식품이었다. 오죽하면 시골에서 과거보러 먼 길 떠나는 글 도령에게는 부추와 마늘을 먹지 못하도록 일렀을까 하는 정도다.
밀가루 음식만을 먹기가 내키지 않아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쌈을 싸 먹었다. 생 깻잎위에 식은 밥을 푹 퍼서 얹고, 그 위에 풋고추를 잘라 놓은 후 된장까지 넣어 한꺼번에 먹는다. 쌈은 대체로 자기 입과 비교하여 작지 않은 크기로 만들어 먹는 것이 상식이다. 이렇게 먹는 쌈은 양 볼이 불룩 튀어나와 옆 사람 보기에는 별로라고 할 정도가 되어야만 실로 참 맛을 알 수가 있다.
잘 섞이지 않은 쌈밥은 입안에서 마늘 맛과 밥 맛, 고추 맛, 깻잎 맛과 된장 맛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각기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이것들이 씹혔을 때 느끼는 미각은 순간순간마다 다르다. 비록 한 입에 먹기는 하였지만 각각 다른 재료의 맛을 따로따로 느끼는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다가도 이 많은 식재료가 고루 섞이게 되면 이때부터는 정말로 고유한 쌈밥의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러한 맛은 우리나라 밖에는 없을 맛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추장과 된장이 서로 싸우지 않고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쌈장이라고 하니, 이름은 비록 쌈장이지만 맛도 영양도 모두 화합하여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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