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도서관이 책 읽는 곳이라고?

꿈꾸는 세상살이 2006. 10. 22. 20:08

누가 도서관을 책 읽는 곳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잘 모르고 했던 말일 것이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곳이다. 혹은 미술품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책들이 있는 곳을 도서관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도하고 책을 구경하기도 한다. 어쩌다 기분이 좋아지면 책을 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도서관에 갔다. 거기서 책을 빌려 보기로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들러 열람실에서 나의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였다. 토요일인데 사람들이 제법 여럿 있었다. 가만이 보니 내일 어디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보였다.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너무 늦게 총정리를 하였다느니 약 일주일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말을 들어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전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나처럼 그래도 나이가 이제 막 들어가는 그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간혹 가다가 취업준비를 하는 늦은 학생들이 보이기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도서관에서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옆에서 볼펜을 떨어뜨리는 가하면, 핸드폰이 울려서 들고 나가고 복도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안에까지 들리고, 내가 찾는 자리를 찾기위하여 책장을 힘차게 넘기는 소리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만 하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공부좀 하자고 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공부한다고 말하고 나와서는 휴게실에 앉아서 잡담을 하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휴게실 문을 뚫고 나와서 복도를 지나 열람실 문을 통과하더니 이내 나의 자리까지 침범하고 만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학생들은 열람실에 책만 펴 놓고 휴게실에서 잡담하고  다 늙어가는 어른들은 공부한다고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고 있고...

그렇다고 대 놓고 말도 함부로 못한다. 노는데 보태준게 있느냐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니 말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모르겠다.

 

내참 더러워서. 지난 여름에 도서관에 간 이후 다시는 안가려고 다짐을 하였건만 다시 이 가을에 찾아 온 내가 잘못인가 싶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창밖을 바라다본다. 마침 나에게 화답이라도 하려는지 도로공사하는 굴착기 소리가 요란하다. 타타타타... 도로를 깨고 다시 무언가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주변도 도와주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도서관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도로변에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하였더니 이제는 버스가 지나가는 소리까지 신경이 쓰인다. 여름 같으면 냉방기를 틀고 문을 닫아주니 그나마 느끼지 못하던 것들도 이 아름다운 가을에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다.

 

투투투투.... 그놈의 배기통 튜닝은 왜 해가지고 요란한 소음을 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늘따라 왜 이리 어수선한지 짜증이 난다. 도서관 앞을 지나가는 개업기념 홍보용 호객 행사차량은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그것도 잘 들리라고, 못 들은 사람은 다시 들어보라고 친절하게도 천천히 지나간다. 저런 저런....

 

도서관 안에서 공부를 한답시고 앉아있던 어떤 학생은 얼른 다리를 펴고 허리를 펴고 목을 내밀고 창밖을 바라다본다. 이게 무슨 음악이며 어떤 이벤트인가 무척이나 궁금한가보다. 그렇게 신기하게 바라보던 사람은 그 학생 한 명뿐이었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학생은 공부하다 말고 일어나 구경하고 다 늙어가는 어른은 그냥 감각도 없이 앉아서 공부나 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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