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목련 사월의 목련 한 호철 4월이 돌아왔습니다. 작년에 왔다 간 뒤로 1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사월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월은 왜 자주 찾아오지 않는지 마음 아팠습니다. 그런 나의 애절한 마음을 아는지 사월은 혼자서 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풍성한 목련과 함께 왔습니다. 하얀 목련과 ..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6
쑥캐는 남자 쑥 캐는 남자 한 호철 지난 휴일에 들녘을 다녀왔다. 일찍부터 내가 부쳐 먹는 논도 없고, 남에게 빌려 준 밭도 없다. 그래서 딱히 정해진 곳이 없지만 가끔씩 그냥 들로 나간다. 한참을 가다가 사방을 살펴보면 인적이 드물고 숲이 우거진 곳 어디에서나 쑥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쑥은 자체의 ..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6
이발하는 영산홍 이발하는 영산홍 / 한호철 어느 봄날에 영산홍이 이발을 하였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일년 내내 그냥 지내던 영산홍인데 올해는 일찌감치 몸단장을 하였습니다. 하긴 따지고 보니 올해만이 아니라 재작년에도 몸단장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여름에 옮겨 심어 몸살을 할까봐 걱정이 ..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6
가을 잠자리 가을 잠자리 / 한 호철 비가 개이자 울안에는 난데없는 잠자리 떼가 날아들었다. 이 잠자리들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듯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만 그치면 찾아오는 것 같다. 여름날 장마가 잠깐 뜸해진 사이에도 찾아오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온 뒤에도 찾아온다. 어디 그 뿐인가. 한여름 뙤약..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6
민들레꽃 민들레꽃 / 한 호철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아주 작은 꽃입니다. 꽃봉오리도 작았지만, 꽃이 다 핀 후에도 앙증맞은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민들레라고 부릅니다. 큰 나뭇가지 사이로 많은 꽃들이 얼굴을 내밀며 화려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홀로 땅위에 핀 외로운 꽃입니다. 이 꽃은 누구하고..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6
구난자 구난자 “예예. 여기 사고 났는데요. 빨리 좀 와 주십시오.” “예. 거기는 어딥니까?” “예. 여기는요. 공단 제2사거리 있죠? 거기서 우회전해서 내려오면 세계주식회사 나오죠?” “예.” “그러면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세요. 그다음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세요. 그럼 동양주식회사가 나.. 내 것들/소설, 꽁트, 동화 2006.05.15
인어는 무얼 먹고사나 인어는 무얼 먹고사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가게 안에는 뿌연 안개가 끼인 상태라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정면의 작은 텔레비전 속 화면만은 유난히 돋보였다. 거기에서는 예쁜 인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보다 훨씬 부해 보이는 노인들 길들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어.. 내 것들/소설, 꽁트, 동화 2006.05.15
마늘 찧는다더니 마늘 찧는다더니 할머니 점심 밥 안줘요? 왜. 벌써 배고프냐? 예. 우리 엄마가요 밖에 나가 놀으라고 했어요. 그럼 놀면 되지 왜 밥 달라는 거냐. 엄마한테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니깐요. 밖에 나가서 놀으라고 했어요. 엄마는 뭐하는데. 엄마요? 가만히 있어요. 근데요 마늘 까야 된다고 하면서 매우.. 내 것들/소설, 꽁트, 동화 2006.05.15
황등장날 황등 장날 오늘이 음력 섣달 열엿새다. 양력으로는 1월 15일이니 설날이 되려면 아직도 보름정도나 남아있다. 그런 중 오늘은 일요일과 장날이 겹친 날이다. 지난 해 설 장보기를 한 후 다시 1년 만에 시장에 들러 보는 것이다. 아직 설까지는 이른 장이라 명절분위기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5
콩나물 인생 콩나물 시장에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어느 수퍼에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에 콩나물이 있다. 시장이나 골목길 가게 앞 길가에 플라스틱 단지를 놓고 검정 천으로 덮어 놓은 것은 아마 콩나물시루가 분명하다. 혹은 질그릇 단지를 놓고 파는 경우도 있다. 이 콩나물도 요즘에는 대량으로 .. 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200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