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 1597

행운아 보고 싶다

행운아 보고 싶다 행운이 어디 숨어 있을까? 행운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에 속하고, 보물을 훔치는 것에 준한다. 사람들이 나를 나무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쉽지 않다. 어떤 때는 하루종일 헤매도 찾지 못하고, 어떤 때는 1분 만에 찾기도 한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운 좋게 찾으면 기쁘고 반갑다. 그러나 이런 운을 누가 빼앗아갈까 봐 겁이 나서 반드시 뽑아, 내 품에 고이고이 간직한다. 그렇지만 그런 행운의 네 잎 클로버도 효력이 없다. 단지 시력을 테스트하거나 그냥 심심해서 찾아본 풀에 지나지 않는다. 행운의 클로버는 그저 심리에 대한 플라세보 효과로 그친다. 한 지인이 최근 뉴스에 떴다. 내용은 이렇다. 출근하는 길에 상대편 도로에서 전복된 차량을 발견했다. 인..

통학하는 맛

통학하는 맛 중학교 1학년부터 통학차를 타고 다녔다. 역전 사이의 구간이 짧았지만 그래도 통학차를 타는 맛이 따로 있다. 아침 통학차는 모두 모이니 바쁘고 복잡했지만, 학교가 마치고 나면 여유가 생긴다. 정해진 기차가 올 때까지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찾아서 시간을 메웠다. 천천히 걸어가기, 빵집에 가서 먹기, 튀김집에서 먹기, 만화방에 가기, 독서실에 가기, 역전 구경하기, 지나가는 기차 구경하기, 길거리 구경하기 등 만들기만 하면 하는 일이 무진무궁했다. 학교 교문을 나서면 바로 해방감이 들었고,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났다. 다음 통학차가 올 때까지 얼마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그저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가 되면 바쁘고 허망한 인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자주 갔던 ..

손풍기의 위력

손풍기의 위력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어느 날이었다. 같은 6월 하순이겠지만 어느 때든지 일정하지는 않다. 이때는 비도 없고 바람도 없는 평범한 날씨였다. 그러나 조석 간으로 기온차가 급변하고, 비가 오다가 땡볕이 나기도 하는 계절이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큰 집에 들어갔다. 회사 사람들이 방문해주었고 걱정과 근심으로 위로하였다. 내가 잘못했다면 회사는 일언반구도 없이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회사의 대표자는 2인자를 앞세웠으며 3인자 등등 외면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사이라 주소가 달랐지만 편하기는 했다. 직원들은 만나면 내 이야기를 화제로 삼았단다. 당연한 주제라고 믿었다. 어느 날 방문해온 사람들은 그냥 허탕을 치는 일이 허다했다. 일정 계획을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

새치기? 나도 해봤다

새치기? 나도 해봤다 원래 새치기라는 말은 일이나 줄의 순서를 어기고 남의 앞자리에 끼어드는 일을 뜻한다. 둘 사이에 중간으로 넣어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족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 내 주장만 믿고 남의 권리를 침해한다. 그러면 나도 새치기를 하고 있는지, 새치기를 했던 일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실 사람은 누구든지 완벽한 사람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로 여겨지면 좋겠다. 나는 새치기를 한 적이 많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바로 머리카락이 희끗하다는 예다. 젊었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새까맣지 않아서 나이가 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를 보고 ‘0형!’으로 불렀다.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아도, 그저 언뜻 보기에 나이가 든 것처럼 느껴져 만만한 호칭..

무지가 만든 씨앗

무지가 만든 씨앗 앞에서 말했듯이 전 직원이 35명 쯤 되었을 때, 일요일도 출근을 했다. 그런데 현장을 확인하는 도중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공장 현장이라면 위험하다며 관리를 해야 한다. 신입 주제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마는, 외부인이 왜 현장을 왔다 갔다 하느냐고 따졌다. 무슨 사고라도 일어나면 누가 해결해주겠느냐고 나무랐다. 그는 ‘이름이 뭐요?’ 물었고, 나는 ‘아무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바로 ‘한형!’ 하며 회사가 궁금하다면서 왔다고 말했다. 나는 무단출입은 회사가 책임을 안 진다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최고 경영자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외부에서 영입한 상무라고 했다. 내가 실수했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되었으나, 당당히 그리고 정당하게 대우했..

먹는 맛의 참맛

먹는 맛의 참맛 중소도시의 소규모 호텔에서 행사를 마쳤다. 약 100명 남짓 참석하였고, 목적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절차로 치렀다. 수혜 대상자는 유치원생 4명과 초중학생 4명이며, 각자 50만 원 수준으로 진행하였다. 식전에 초기부터 한약방을 꾸려왔으며 학생 교육을 목적으로 학원 재단을 운영하시는 분이 건강 관련 특강도 해주셨다. 본론에 들어가서 개회식이 있었고, 이어서 장학금 수여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축사, 그 다음은 폐회. 물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으니 모인 김에 같이 먹고 가라는 음식도 대접하였다. 수혜자가 8명인데 객은 92명으로 구성된 식사라니, 어쩌면 내 잔치에 숟가락을 얹혀놓고 불러낸 장학금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복잡하다. 학교가 개학 되기 전에 이루..

두부에도 격이 있다

두부에도 격이 있다 가까운 산을 올랐다가 밑에 줄지어 선 식당에 닿자 가벼운 점심을 찜했다. 순두부, 연두부, 생두부, 튀긴두부, 두부찌개 등등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이면서 대부분 선호하는 음식이었다. 두부는 콩이 변한 가공식품이면서 모양과 성질이 바뀌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차갑게 하거나 딱딱한 고체로 만들면 먹기가 곤란하다는 것뿐이다. 차가운 두부는 맛이 밋밋하면서 퍽퍽하여 넘기기 쉽지 않고, 부드러운 두부를 오래 보관하려고 딱딱하게 말려내면 자칫 이가 부러진다. 극단적인 저장용 취부(醉腐)와 모두부(毛豆腐)도 있다. 순두부와 연두부는 굳기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데, 물을 빼기 전이 순두부이며 손으로 들 정도면 연두부다. 조금 더 굳히면 건두부로 변한다. 도긴개긴. 나는 생두부를 모판 상태로 주문..

대리 설거지

대리 설거지 예전에는 찬물로 설거지를 했다. 지금은 지난 얘기다. 어머니도 찬물 설거지를 하셨고, 찬물 빨래도 하셨다. 개울에 나가서 하시지는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만족하는 삶이었다. 민속화나 풍속화에서 만나는 정도로 변했다. 감사한 세상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찬물 설거지를 체험하다니 웬 말인가! 나는 어머니의 실세를 다 읽지 못해서 후회하다가 반성하고 통곡했다. 즐거운 명절에 만나는 사람들이 즐겁다며 반가워한다. 먹는 것도 즐겁고 먹이는 것도 행복이다.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도 만족이고 빼앗아 먹는 것도 만끽이다. 비용이 들어가도 자처한다는 세상살이인데 남는 것이 하나 있다면 무엇일까? 설거지다. 설거지를 시작할 때부터 최종 마무리할 때까지 얼마나 긴 고통의 연속이었을까? 누구는 만들고, 누구는 먹고, ..

달챙이를 보았나?

달챙이를 보았나? 어머니는 보릿고개를 넘으셨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대충은 알만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마당에 티끌이 있다면 저녁밥 먹기 전에 쓸고, 밤새 눈이 쌓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쓰는 것도 거들었다. 식수가 부족하다면 물동이를 지고 오는 것을 도왔다. 아궁이에 짚풀을 여미면 내가 때는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여름에는 보리를 한소꿈 끓였다가 대 보퉁이에 담아 걸어놓는 것도 알게 됐다. 보리는 처음부터 논스톱으로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타임을 주고 쌀과 함께 섞어 밥을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때 쥐와 고양이가 빼앗아 먹어버린 적은 한 번도 기억이 없다. 아마 도둑도 보리밥은 뻣뻣하다며 먹기 싫어했을 것이다. 요즘 별미로 먹는 보리밥도 두 번 재치는 것이 ..

내가 받은 전별금

내가 받은 전별금 살다 이별하고 헤어지는 것이 다반사니 이별의 증거로 잊지 말라며, 어느 정도의 돈을 준다는 말이 있다. 정리(情理)로 정리(整理)하는 이론이 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견, 목사에게 퇴직금이나 전별금을 주지 않는 경향도 있다. 따진다면 목회자의 본분에 맞는 것 같으나 실상 다른 예가 많다. 떠나는 사람이 받지 않겠다고 공표했단다. 확인해보니 그만큼의 혜택을 모두 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왜 이리 복잡할까? 받을 금액이 많다 보니 세금이 아까워서 그렇단다. 목회자라니 이중적 사상!.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면... 나도 이해는 간다. 내가 다녔던 교회 중에서 정년퇴직을 맞아 20억도 넘는 퇴직금이 있었다. 그래도 공식 퇴직금을 받았으니 맞기는 하다. 근무하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출하면 ..